박세리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한국선수 최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선수 최초이기도 하다. 당연히 대회를 앞두고 이곳은 온통 박세리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한편으로 바로 전 대회(긴트리뷰트)에서 손목 부상으로 기권을 하고 또 다시 시합에 참가하고 있는 미셸 위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습라운드 때는 미셸 위의 부모가 미셸 위와 함께 코치와 선수 외에는 출입이 통제된 연습장으로 들어갔다가 로프 밖으로 쫓겨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이제는 LPGA 사무국도 미셸 위의 여러 가지 옳지 않은 행동에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미셸 위 칭찬에 혈안이었던 미국기자들도 이제는 조금씩 돌아선 듯한 눈치다.
1라운드를 보면 어쨌든 언론의 관심은 여전했지만 미셸 위를 따라다니는 갤러리는 크게 줄었다. TV의 중계카메라는 경기 시작 전부터 미셸 위를 따라다녔고, 라운드가 끝난 후에는 각종 인터뷰가 이어졌다. 하지만 갤러리는 총 수십 명에 불과했고 미셸 위 관계자와 동반한 두 명의 한국선수 부모 등을 제외하면 순수 갤러리는 1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미국 골프팬들도 미셸 위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갤러리뿐 아니라 선수나 캐디 등 LPGA 식구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심지어 미셸 위가 사람 많은 곳을 꺼려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연습을 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미셸 위가 마치 LPGA 선수 전체의 ‘공공의 적’이 된 듯한 느낌이다.
미셸 위의 라운드에 동행한 한 지인은 “미셸 위의 엄마가 종종 큰 소리로 딸의 선전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딸을 격려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선수는 물론 가족의 고통도 크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미셸 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손목이 아파 기권했느냐 아니냐를 떠나 대선배(소렌스탐)의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정면으로 반박하고, 프로암 대회 중 아마추어 동반자에게는 무신경한 채 자신의 연습에만 열중하는 행동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
프로로 골프를 잘치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하나의 바른 인격체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더구나 미셸 위는 국적을 떠나 LPGA투어에서 한국계로 분류된다. 한 명의 선수 때문에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40명의 한국선수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셸 위는 분명 LPGA투어의 발전과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큰 나무다. 큰 나무가 좋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당당하게 밝히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미셸 위가 독불장군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하는 참다운 선수로 성장하는 것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하버 디 그레이스(미 메릴랜드주)=송영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