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승과 2000안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기록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팬과 언론의 관심이 덜한 것 같다는 느낌에 양준혁이 속상했을 수도 있다. 실은 지난해 송진우의 200승 때에도 목표에 ‘-2승’ 정도로 접근한 뒤에야 언론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머지 2승을 추가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송진우는 지난해 6월 22일 잠실 LG전에서 통산 198승을 거둔 뒤 7월 30일이 돼서야 잠실 두산전에서 199승을 따냈다. 이후 200승을 달성한 건 8월 29일 광주 KIA전. 2승 추가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 셈이다. 대기록 달성이 지연된 게 도리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반면 올해 양준혁은 달랐다. 6월 2일 대전 한화전에서 안타 1개를 치면서 2000안타에 ‘-9’가 됐고 그 후 거의 매일 안타를 치면서 7일 만에 뚝딱 목표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양준혁의 2000안타와 관련해선 약 열흘 동안만 관심이 집중됐을 뿐이다. 양준혁이 섭섭함을 느끼게 된 이유는 너무 빨리, 너무 잘 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양준혁은 기록 달성 후 사비를 털어 경승용차 한 대를 경품으로 내놓았다. 지난 6월 12일 직접 추첨을 해 자동차를 전달했다. 여태껏 프로야구에서 많은 대기록이 나왔지만 해당 선수가 팬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경품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기록 달성 못지않게 양준혁이 박수를 받은 부분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