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에 스트레스 ‘꿀꺽’
오늘도 심판 A 씨는 경기를 마친 뒤 동료들과 어울려 부산 동래온천 근처의 맛난 돼지갈비 집을 찾았다. 오늘은 1루심을 봤다. 아까 5회 말 롯데 공격 때 정수근이 기습번트를 대고 1루로 뛰던 장면이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아웃을 선언했는데 곰곰이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세이프를 줬어도 될 것 같아 기분이 영 찜찜하다. 지나간 일이니 어쩔 방법이 없다.
이처럼 심판은 선수보다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매번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순간의 판단이 때론 ‘아차’ 싶은 오심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벌써 오전 10시. 전날 광주에서 부산으로 차를 몰고 이동해 심판을 봤고 경기 후에는 술까지 한잔 한 터라 상당히 피곤하다. 숙소로 쓰는 3만 원짜리 모텔 방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깔끔한 편이다. 선수들처럼 10만 원이 넘는 호텔 방에서 잔다면 정말 개운할 텐데.
동료들과 모텔 근처의 단골 식당에서 5000원짜리 김치찌개로 속을 풀었다. 식당 주인이 야구광이라 돼지고기도 듬뿍 넣어주었다. 오후 1시. 경기장에 나가려면 아직 3시간 정도 남았다. 모텔 방에서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어젯밤 다른 구장에서 열린 경기 녹화중계를 봤다. 다른 심판원은 PC방에 가거나 책을 읽고 있다.
오후 4시,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작년까지 인조잔디였던 것과 비교하면 천연잔디가 한결 싱그럽지만 7월 말의 축축
한 더위는 한숨부터 나오게 만든다. 몸조심 해야지. 며칠 전 선배 심판 한명이 구심을 보다가 파울 타구에 오른쪽 팔을 맞아 미세 골절 부상을 했다. 파울 타구에 맞는 건 진짜 고역이다.
화장실이 급하다. 5회 끝나고 클리닝타임 때 잽싸게 볼일을 봤다. 예전 선배들은 배탈이 났을 때 기저귀를 차고 경기를 진행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화장실 숫자가 적은 청주구장에서는 옛날에 한 선배가 경기 중 1루 쪽 한화 더그아웃에다가 “화장실 좀 맡아 달라”고 부탁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참기 힘들었을까.
오후 9시 40분. 오늘은 경기 진행 속도도 빨랐고 별다른 판정 시비도 없이 잘 끝났다.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 에어컨이 작동되는 시원한 심판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그냥 자기엔 섭섭하니 또다시 소주 한잔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곰장어집을 찾았다. 하루만 더 있으면 휴식일인 월요일이라 생각하니 피곤이 가시는 느낌이다. 한주가 참 빨리 지나갔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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