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권투위원회에 은퇴 의사를 밝히려고 방문했더니 선수와 매니저의 계약서 사본이 있더라구요. 제가 할 때만 해도 종신 계약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3년에서 7년까지, 뭐 이런 내용도 있고 챔피언 되면 2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어요. 거 참 신기하대요. 계약서 양식이라는 것도 처음 봤다면 믿으시겠어요?”
지인진은 욕 먹어도 이 소린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복싱 출신의 K-1 진출은 자신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어떤 사람들은 복싱이 갈 데까지 갔다고 하는데 전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요. 물론 생활고로 그곳을 나오게 됐지만 후배들은 그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요. 위에 있는 사람들, 권력과 경제력이 있는 분들이 선수를 선수로 대우해주면서 복싱을 포기하지 말고 끌고 가야죠.”
지인진은 복싱을 떠나 가장 좋은 점으론 체중 조절에 대해 더 이상 허덕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꼽았다. 굶기도 하고 헌혈도 하고 방수복 입고 사우나에서 살다시피 하고…. 심할 땐 제대로 걷질 못해 체육관 후배가 업고 다녀야 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전에는 그렇게 고통스럽게 체중조절을 해도 꿈이 있었기에 견뎌냈어요. 그런데 그 보상이 너무 보잘것없고 허무하다는 걸 깨달은 뒤론 체중조절이 지옥이나 다름없었어요. 이젠 그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