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가 오랜 슬럼프를 지나 골프 퀸의 명성을 되찾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LPGA맥도널드 챔피언십 우승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
먼저 박세리는 오는 10월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당대 최고의 골퍼들을 모아 ‘명예의 전당 헌액 기념 스킨스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틀 일정으로 첫날은 한국 최고의 VIP를 모아 프로암대회를 치르고, 둘째날 화제의 스킨스게임을 벌인다. 당초 계획은 현역 명예의 전당 멤버들의 슈퍼샷 잔치였다. 박세리를 비롯,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캐리 웹(호주), 줄리 잉스터(미국) 등 명예의 전당 멤버들로 아직도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4명이 모여 샷 실력을 겨룬다는, 정말이지 ‘취지’와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화제를 모을 명예의 전당 회원들의 파티는 초장에 너무도 쉽게 무산됐다. 박세리보다 먼저 슬럼프를 겪고 또 먼저 슬럼프에서 탈출한 호주의 ‘여자 백상어’ 캐리 웹이 ‘한국에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웹은 미LPGA 투어에서 유명한 ‘반한파’다. 실제로 1996년 삼성월드챔피언십(당시 일동레이크GC에서 개최)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또 이웃 일본에서 열리는 미즈노클래식에는 꼬박 참석하면서도 2002년부터 미LPGA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국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소 황당하다. 1996년 당시 한국을 방문한 웹은 차량으로 이동 중 극심한 교통체증에 걸려 오도가도 못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됐다. 소변이 급했던 웹은 하는 수 없이 도로 중간에서 내려 급한 일을 해결하는 끔찍한 일을 경험했다. 이에 웹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또 이후 박세리를 필두로 한 한국선수들이 미LPGA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슬럼프를 겪게 된 것도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에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스킨스게임을 추진하고 있는 세마스포츠 측은 ‘캐리 웹 카드’가 빠지면서 혼성 슈퍼매치로 방향을 틀었다. 즉 박세리와 최근 세계 정상의 골퍼로 우뚝 서고 있는 최경주를 묶어 소렌스탐(혹은 로레나 오초아)과 미PGA 정상급 선수를 상대로 맞대결 펼치려는 구상을 대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주가가 치솟은 최경주 측이 도저히 스케줄을 맞출 수 없어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에 대회 주최 측은 박세리를 기본으로 하면서 메이저대회 우승자인 크리스티 커(미국), ‘미녀스타’ 나탈리 걸비스(미국), 세계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을 대상으로 새로운 빅이벤트 짜기에 분주하다. 최종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박세리가 자신이 홍보대사로 있는 스카이72골프장에서 ‘스킨스게임’을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박세리는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1주일 전에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 출전을 포기했다. 에비앙대회는 미LPGA의 유럽투어의 일환으로 정상급 선수들만 출전이 가능하다. 유럽 이동에 경비가 많이 들어 선수들은 보통 에비앙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연달아 출전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에비앙대회는 총상금 300만 달러로 US여자오픈(310만달러)에 이어 미LPGA투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대회다. 그런데도 박세리는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가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메이저대회 우승에 전념하기 위해 에비앙에 출전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 박세리 선수가 시원한 샷을 날리고 있다. | ||
이에 일각에서는 박세리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2005년 에비앙대회 주최 측이 박세리를 초청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상 박세리와 같은 대형선수는 성적이 다소 나쁘더라도 주최 측이 예우 차원에서 초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005년 에비앙 측은 박세리에게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초청명단에서 이름을 지워버렸다. 당시 극심한 슬럼프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세리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몹시 언짢아했다는 후문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슬럼프에서 확실하게 회복해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박세리가 에비앙대회에 출전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상금 1위와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미국에서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식을 9월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해 관철시켰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박세리의 이름 앞에 명예의 전당 멤버라는 수식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박세리는 역대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된 만큼 앞으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내에서도 박세리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박세리는 최근 KLPGA의 한 대회 측으로부터 7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출전료를 제의받았다. 현찰과 주식 제공이 반반씩 섞인 것이지만 전성기 때도 통상 1억~2억 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활한 세리공주’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박세리는 11월쯤 국내 대회 하나를 택해 고국투어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처럼 박세리가 다시 뉴스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소속사인 CJ 측은 갈수록 난처해하고 있다.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올해를 끝으로 박세리와의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 연간 30억 원에 달하는 이전 계약 조건으로 박세리를 잡기에는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CJ스포츠의 상징과도 같은 박세리가 섭섭함을 느끼며 떠나가게 만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박세리 측은 명예의 전당 입회 등과 관련해서 CJ의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CJ 측은 스킨스게임 등 최근 박세리와 관련된 주요한 일정이 소속사와 구체적인 상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의 몇몇 대기업들이 물밑에서 ‘박세리 영입’을 타진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