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FEG가 네바다체육위원회에 보낸 최홍만의 뇌 MRI 판독 결과서에 대해 조작논란이 일면서 FEG가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 ||
# 정확한 검진이 해결책
지난 5월 22일 K-1 LA대회를 앞두고 CSAC가 최홍만의 뇌 속에 혈흔이 있는 종양이 발견됐다며 최홍만의 출전을 금지했다. 이에 최홍만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수차례 검진을 받으며 CSAC 측의 오진 주장과 함께 경기출전을 요구했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이때 한국과 일본 정치인들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최홍만은 K-1주관사가 심혈을 기울였던 LA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의신청을 했다. 이후 최홍만은 건강에 이상이 없고 수술은 물론 한국의료기관에서는 진단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홍만은 이후 두 차례 링에 올라 모두 KO승을 거뒀다. 하지만 8월 7일 최홍만 측 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열린 청문회에서 CSAC는 찬성 6, 반대 1로 최홍만의 향후 캘리포니아주 격투기대회 출전을 금하기로 표결했다. 이어 KBS의 보도가 나오면서 논쟁이 커진 것이다. 최홍만 측은 이후 국내언론들과의 간헐적인 인터뷰를 통해 ‘향후 수술을 받겠다’, ‘국내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홍만은 이전까지는 “수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 “국내에서는 검진을 받지 않겠다”라고 주장해 왔다.
사실 상황은 간단하다. CSAC의 첫 출전금지 판정이 나오고, 국내 의학계의 경고가 쏟아질 때 최홍만이나 주관사 FEG가 외국이든 국내든 정확한 진단을 받아 그 결과에 따르면 되는 것이었다. CSAC는 메디컬테스트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만일 한국과 일본이 그 기준에 못 미친다면 배워야 한다. 또 CSAC 측이 실수를 했다면 향후 최홍만이 미국에서 아무 지장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청문회 과정에서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한마디로 이미 논란을 종결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홍만 측은 초기 “성장판이 닫혀 아무 문제없다”라고 의학적으로 애매한 주장을 하는 등 CSAC는 물론이고 말단비대증 우려를 제기하면 의학계든 언론이든 ‘적’으로 삼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세계 정상급 파이터로 성장한 최홍만이 말단비대증이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의료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고 최홍만이 한국의료진으로부터 악의적인 오진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데 이를 몇 달 동안 거부하며 상황을 키운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호르몬 수치 정상인가
최홍만의 뇌에 종양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모두가 인정하고 있고, 또 KBS의 추적 60분 팀은 공개는 하지 않았지만 이를 확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종양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해 호르몬 수치의 정상 여부, 향후 악화 가능성과 수술의 필요성 등을 ‘상업적’이 아닌 ‘의학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호르몬 분비 수치가 정상이고 종양상태가 향후 경기를 치르는 데 지장이 없다고 결론나는 것이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가장 좋은 결과다.
아직 호르몬 수치에 대해서는 정확한 발표가 없다. 최홍만의 매니저인 박유현 씨는 15일 국내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홍만이) 13일 국내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았고 정상소견을 받았다”라고 밝혔지만 이를 보도한 매체에 따라 호르몬 분비 수치에 대한 정상 여부는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는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라고 보도했고 <일간스포츠>는 1주일 후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FEG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홍만이 진단을 받은 병원은 S 병원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에 머물고 있는 박유현 씨는 “미팅 중”이라고 인터뷰를 사양한 뒤 연락이 끊겼다.
# MRI 판독서 진위는
<추적 60분>은 FEG가 2006년 4월 라스베이거스 대회를 위해 네바다주체육위원회에 보낸 최홍만 선수의 뇌 MRI 판독 결과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공식의료문서인 이 판독 결과서에 ‘(최홍만의)종양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뇌전체가 정상’이라고 쓰여 있다고 했다. 네바다주체육위원회를 이를 바탕으로 메디컬테스트를 통과시켰고 최홍만은 라스베이거스 대회에 출전했다. 이 판독 결과서는 ‘겐지 나카야마’라는 일본의사가 작성한 것인데 종양이 있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허술하게 작성했다면 FEG 측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FEG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추적 60>분의 이내규 PD는 “14일 보도 자료를 냈지만 방송 후 최홍만 측의 반응과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방송을 제작했다. 최홍만 선수가 말단비대증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의학계에서 경고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선수를 링에 올리는 데만 급급한 K-1의 처사가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향후 후속보도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한·일 정치인 압력설
알만도 가르시아 CSAC위원장은 <추적 60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이 최홍만의 LA대회 출전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당시 공성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아놀드 슈왈제네거 캘리포니아주 지사 및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에게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참의원과 내각대신 등도 레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성진 의원 측은 ‘압력설’에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공성진 의원과 함께 한국격투기연맹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양명규 FEG코리아 이사는 “최홍만 선수의 출전 불가로 LA교민들의 불만이 높았고 이에 공 의원이 LA 한인교민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최홍만 선수의 출전을 재검토해달라는 정식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으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또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정중한 답신을 보내왔다. 그것이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양 이사는 공 의원이 보낸 공문과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답신 모두 보관하고 있다며 언제든 내용공개도 가능하다며 압력설을 일축했다. 양 이사는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의 FEG 측이 가르시아 위원장을 강력하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공성진 의원의 레터가 본의 아니게 악용될 수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662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