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남규 감독 | ||
첫 번째 토끼 - 당당한 ‘폴리츠맨’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의 한나라당 경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7월 20일 유남규 감독과 이명박 후보가 악수를 하는 사진이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유 감독이 중심이 돼 모은 유명 체육인들이 ‘이명박 지지선언’을 한 것이다.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또 TV시트콤에 출연한 바 있는 유남규 감독이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후 유 감독은 태릉선수촌 안팎에서 정치지향적이라는 눈초리를 받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현역 국가대표감독이 그래서 되겠냐. 자제해라’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해오기도 했단다. 고달프기도 할 텐데 유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의 소신은 큰 눈망울만큼이나 당당했다.
“아니 교수님들도 언론인도 그리고 연예인들까지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펼치는데 체육인은 왜 안 되나? 외국에서는 체육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많은데 세계 10위권의 스포츠강국인 한국은 제대로 된 체육정치인이 한 명도 없지 않은가? 사회 각 분야별로 지지선언을 하는데 체육인이 체육발전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이 잘못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워낙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높아 그 세계에 발을 담근다는 이미지가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왜 이명박이냐, 그리고 대표팀 감독으로 지장이 없느냐’며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명박 지지 선언을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아직 언론을 통해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후보는 체육 발전을 위해 체육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체육이 정체됐다는 것은 체육인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점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를 유일하게 약속했다. 둘째는 개인적인 이유다. 아버님이 이명박 후보의 포항중학교 1년 후배다. 두 분이 나이는 동갑으로 친분이 있다. 아버님 친구 분이 대통령선거에 나왔다면 모른 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모두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유 감독은 정치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이노키, 펠레, 크로캅 같은 스포츠스타가 국회의원이나 체육부 장관을 지낸 예가 많다. 한국에서도 이창동 영화감독이 문화관광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올림픽메달리스트 중 신세대의 수장 노릇을 하는 자신이 체육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나 행정가로 변신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학업을 병행해 2006년 2월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시간강사로 4년째 대학 강단에 서 왔다. 물론 탁구지도자로서 소속팀 농심을 국내 정상으로 이끌었고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유 감독은 “정치활동은 철저하게 탁구 외의 시간을 내 참가하고 있다. 오히려 대선캠프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싶지만 연말 중요한 국제대회가 많아 걱정이다. 체육계의 똑똑한 선후배들이 체육발전에 도움이 될 대통령 후보를 찾아 적극적으로 의사표명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지난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이명박 후보와 악수를 하는 유남규 감독의 모습. 연합뉴스 | ||
두 번째 토끼 - 베이징올림픽
유 감독은 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머리에 쥐가 난다”고 말했다. 메달 전망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2008베이징대회 때부터는 복식이 없어지는 대신 단체전이 신설됐다. 남자의 경우 개인전은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중국의 벽이 만만치 않은 반면 단체전은 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고, 운이 좋다면 금메달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표 선발. 베이징올림픽부터 출전선수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이 3명으로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4아테네올림픽 단식 우승자인 ‘탁구영웅’ 유승민(삼성생명)과 국내 에이스로 불리는 오상은(KT&G)이 두 자리를 확실히 꿰찬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가 고민이라는 것. 단식에 강하고 네임밸류가 높은 주세혁(삼성생명)이냐, 확실한 복식 승리카드로 꼽히는 이정우(농심)냐 하는 고민이다.
유 감독은 “남자 단체전은 은메달이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만 한 차례 꺾으면 금메달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유럽세에 밀려 출전 선수 수가 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선수들만으로도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데 남북단일팀이 되면 더 답이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유 감독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남자탁구는 국내 구기종목 중 메달획득이 가장 유력하고 그 색깔도 가장 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토끼 - 나이 마흔에 결혼
마지막으로 골치 아픈 얘기를 떠나 결혼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연초 유 감독은 심권호와 함께 ‘<일요신문>의 올림픽금메달 노총각 뒤담화’에 참석했었는데 최근 결혼설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신접살림집을 미리 구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유 감독은 웃음부터 지어 보였다.
“정말 한국 언론 빠르다(웃음).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고 11월께 결혼식을 치를 생각이다. 아직 양가 어른들의 상견례도 갖지 않았는데 무슨 신접살림집을 구하겠는가.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결혼하는 것도 쑥스러운데 언론에서 불필요하게 바람을 불어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이 뭐 감출 일인가. 날짜가 확정되면 궁금해 하는 언론에게는 다 말해줄 거다.”
유 감독은 예식장으로 올림픽파크호텔을 검토하고 있다. 올림픽금메달리스트에 현역 국가대표 감독, 여기에 왕성한 활동으로 워낙 인맥이 넓어 벌써부터 체육계 최고 흥행 결혼식이 예고되고 있다. 유 감독은 “하하 맞다. 그동안 내가 뿌린 부조금만 해도 엄청나다. 하지만 늦장가인 만큼 그렇게 요란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많은 체육인들의 축하를 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