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김병현(위)과 서재응. | ||
어떤 이들은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인터뷰하는 게 괜찮겠느냐며 걱정스러움을 나타냈지만 오히려 힘들고 어려울 때 그들을 만나서 야구 얘기, 사는 얘기들을 들어본 게 훨씬 인간적인 면면들로 다가왔습니다.
팀의 맏형이자 리더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서재응, 7년이란 긴 세월만큼 수많은 일들을 겪고도 좌절을 모른 채 한길만 달려왔던 ‘애교쟁이’ 류제국과의 인터뷰는 경기 시간 때문에 자정을 넘긴 이후 선수단 숙소 인근의 바에서 진행됐는데 류제국의 ‘살신성인’으로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뤄진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후 기자와 사진기자, 류제국 등이 서재응의 방에 올라가 커피도 마시고 류제국이 침대에서 ‘베드신(?)’을 연출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등 선수들의 숙소 생활을 잠깐 엿볼 수 있었어요. 인상적인 부분은 많은 모자와 신발들을 가지런히 정돈해 놓은 서재응의 깔끔한 면면이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만난 김병현은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환한 표정과 열린 마인드로 인터뷰에 임해 기자에게 ‘보람’이란 값진 열매를 선물해줬습니다. 어느 선수들보다 기자들과의 관계에 마음 고생이 많았던 그는 문제가 됐던 ‘과거의 일들’을 먼저 끄집어내며 스스로 얽매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서부에서 동부로 횡단해 만난 백차승. 오랜 인연으로 기자를 기자이기 전에 마치 ‘누나’처럼 반갑게 맞이했던 그의 순박하고 따뜻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국적 문제에 관해 여전히 맺힌 ‘한’이 많지만 야구가 인생의 전부라는 그한테 야구로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남다른 소원이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그리고 MLB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 회에 소개된 추신수는 ‘담백’ ‘진국’이란 단어가 저절로 나올 만큼 된장 냄새 가득한 ‘순수남’이었습니다. 인터뷰할 때만 해도 수술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엄청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그가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대표팀과도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룬 탓인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조숙한(?)’ 면모를 보였지만 그에게 가정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는지 이번 인터뷰에서 또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인터뷰에 응해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그들 모두가 내년 시즌에는 마이너가 아닌 빅리그의 붙박이 투수와 타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신들께 기도를 해봅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