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가 미국 오거스틴에서 명예의 전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원 안은 ‘제2 박세리’로 불리는 박인비와 안젤라 박. 연합뉴스 | ||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 폴라 크리머가 9언더의 기록으로 우승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시즌이 끝났다. 당시 한국낭자들은 한희원, 강지민만이 톱10에 드는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냈다.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은 무척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텁고, 또 올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한국의 간판스타’ 박세리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마지막 날 퍼팅의 난조로 인하여 공동 10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때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올시즌 외국선수들의 달라진 태도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많은 외국선수들은 다음 시합장으로 이동 후 월요일은 거의 휴식을 취하고, 한국선수들만이 연습장에 나와 연습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외국선수들도 월요일부터 코스를 돌며 연습을 했다. 신체조건이 좋은 외국선수들이 한국선수들만큼 노력을 하니 한국선수의 우승이 힘들어진 것이다.
2007년 기대하던 첫 우승은 5월 초 김미현이 해냈다. 김미현 프로는 미국의 백전노장 줄리 잉스터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승리, 첫 우승을 기대하던 많은 골프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줬다. 현장에서 본 김미현의 우승은 정말 대단했다. 코스 세팅(전장이 길어짐)의 불리함은 당시 많은 비로 인해 거리가 짧은 한국선수들에게 악조건이나 다름없었다.
시즌 두 번째 한국선수의 우승은 한국선수들 사이에서 ‘돌부처’로 통하는 이선화가 초특급대회인 HSBC월드매치플레이에서 일본의 골프영웅 미야자토 아이를 누르고 달성했다. 미야자토의 경우 매 경기마다 ‘스토커’로 불리는 일본기자들이 20~30명씩 따라다닌다. 46명의 풀시드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선수들을 취재하는 한국기자들이 한 명도 없는 현실에서 솔직히 배가 아팠다. 이런 상황에서 맞대결 승리가 아주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뒷얘기지만 많은 일본기자들이 필자에게 시합장 근처의 한국식당을 물어왔는데 왠지 얄미운 마음에 별로 맛이 없는 집을 추천해줬다. 그런데 다음날 일본기자들로부터 “그 식당 음식 맛이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2007시즌에는 또 한 가지 새로운 사건이 생겼다. 98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을 지켜보며 골프채를 잡은 ‘88년생 트리오’인 박인비, 안젤라 박, 김인경의 선전이다.
미국 투어는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KLPGA에서의 충분한 경험과 노력이 바탕이 돼야 외국투어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LPGA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