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의 K리그 감독 ‘보쌈’에 팬들은 분노하지만 축구인들은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인다. 대표팀이 한국축구의 중심으로 자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인 만큼 K리그 감독 대부분이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을 경우 같은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허 감독은 프로팀 감독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신분이 ‘상승’하며 한국축구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온 몸으로 느꼈다. 일단 연봉이 배로 뛰었다. 전남 지휘봉을 잡으며 3억 원대의 연봉을 받았던 허 감독은 태극호 선장을 맡으면서 6억 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3억 원대의 연봉이 K리그에서 결코 적은 액수의 돈이 아닌 것을 감안할 때 허 감독의 감회가 어떠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 허 감독이 발굴해 대표팀 기둥으로 길러낸 선수들. 왼쪽부터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 ||
허 감독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도 섰다. 전남 감독 시절에는 “수도권 팀과 원정경기를 해야 기자들을 본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제 그의 뒤로 수많은 기자들이 벌떼처럼 모인다. 지난달 22일 FA컵 결승 1차전(25일)을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허 감독이 축구협회를 찾았을 때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기자들은 20명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7일 대표팀 감독 취임 인터뷰를 위해 그가 같은 장소를 찾았을 때는 5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카메라 세례를 온몸으로 맞는 허 감독의 얼굴에는 10%의 긴장감과 10%의 책임감, 그리고 80%의 뿌듯함이 보였다. 그가 말했듯 대표팀 감독직은 충분히 인생을 걸 만한 자리인 것 같았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