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지도자들에게 ‘삶이 농구에 매여 있는 정도’는 선수들보다 더 했다. 2007 최고와 최악의 순간은 100% 팀 성적과 맞닿아 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전창진 동부 감독은 올초인 2006~2007시즌 막판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것을 아직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 삼보에서 동부로 구단의 주인이 바뀐 후 제대로 시작한 첫 시즌이었는데 그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다. 반면 2007~2008시즌의 반환점을 앞둔 현재 2위와의 격차를 3게임차 전후로 벌리며 선두를 달리는 것이 너무 흡족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월 정규리그 막판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순간이 가장 힘들었고, 이번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KCC를 보란 듯이 격파한 것이 가장 뿌듯했다. 농구 외의 즐거움은 없냐는 질문에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큰 아들(중3)의 키가 자기만 한 것을 빼면 없다”고 싱겁게 답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동갑내기 친구인 전창진 감독과 정반대다. 지난 4월 챔피언결정전에서 KTF를 4승3패로 물리치며 통합우승을 달성한 순간은 2007년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농구인생에서도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반면 올시즌 초반 거듭된 용병 선발 실패로 인해 챔피언팀의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오리온스와 최하위를 다투는 현실이 너무 견디기 힘들다. 매년 우승할 수도 없는 것이니 하고 마음을 달래지만 1년 만에 이기는 농구에서 지는 농구로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이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밖에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은 지난 5월 7년 만에 프로농구 감독으로 컴백한 것이 최고의 순간이었고, 시즌 개막과 함께 김승현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성적 부진에 빠진 것이 최악이었다. 또 허재 KCC 감독의 경우 시즌 초반 이상민 방출의 고통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슈퍼 KCC’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과 이후 연승을 거듭하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 각각 최악과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