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왼쪽), 김승현 | ||
2007년 기형적인 FA제도 때문에 자신도 팀(KCC)도 원하지 않았지만 영원한 보금자리였던 KCC를 떠나야 했던 이상민(서울 삼성)이다. 당연히 최악의 순간은 그 충격의 내용을 통보받는 순간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달랐다. “과거는 모두 좋게 기억하고 싶다. KCC 얘기는 결코 최악의 순간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 팬들이 돈을 모아 날 위해 광고를 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2007년 최고의 순간이 아니라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최악의 순간은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다가 11월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상민은 또 두 아이가 똑똑하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충북음성의 원단지에서 38cm 크기의 붕어를 잡았다. 처음엔 너무 커서 잉어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보기 드문 토종 붕어였어요. 이제껏 낚시를 하면서 잡은 최대어였다. 아쉬운 점은 2cm 차이로 어탁(40cm 이상부터)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김승현은 이렇게 최고의 순간을 설명했다. 지난 10월 개막 직후 허리 부상을 당해 아직까지도 장기결장하고 있는 김승현은 처음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자신이 빠진 사이 새로 부임한 이충희 감독의 오리온스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의 수모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최고의 순간과 낚시 얘기가 나오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농구계 최고의 낚시광다웠다. 간단했다. 최악의 순간은 이상민과 마찬가지로 부상이고, 최고의 순간은 월척의 짜릿함이었다.
▲ 현주엽(왼쪽), 김주성 | ||
한국 프로농구 최고 연봉(6억 8000만 원)을 자랑하는 김주성(원주 동부)은 농구 얘기로 일관했다. 시즌 개막전 동부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도 힘들다는 저평가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반면 12월8,9일 KT&G와 KCC에게 시즌 첫 2연패를 당한 것이 충격이라고 전했다. 한 해 동안의 최고, 최악의 순간을 뽑는데 모두 농구 얘기, 그것도 최근 것으로 답하니 재미가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이걸 아는지 “아시다시피 재미없는 스타일이다. 그저 농구 열심히 하고 부모님 모시는 것 말고는……”이라고 ‘해명’했다.
그래서 꼬투리를 하나 잡았다. 다른 팀은 두 자리 연패까지 하는데 고작 2연패를 2007년 최악의 순간으로 꼽으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김주성은 “맞다. 2007년이면 올 초에 끝난 지난 시즌도 포함되는 걸 깜박 했다. 부상 때문이기는 했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던 지난 시즌이 최악의 순간이다”라고 답했다.
2007년 현주엽(32·LG)은 “2007년 초만 하다라도 왼쪽 무릎 부상 때문에 코트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체중도 엄청나게 증가했고 자신감도 잃었다. 하지만 결혼으로 안정을 찾았고, 몸상태도 고려대 시절 전성기를 연상케 할 만큼 좋아졌다. 프로 여덟 번째 시즌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럼 최고와 최악의 순간은 어떻게 정리할까. 현주엽은 결혼을 ‘좋은 것 리스트’의 맨 앞에 놓았고 부상에 신음하던 2007년 2월을 최악으로 꼽았다. 특히 올시즌 아직 LG가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한 것도 차악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지금 ‘매직히포’는 우승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