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생명 돌풍의 주인공인 이경은이 물 만난 고기처럼 코트를 팔딱팔딱 누비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지원(정): 최윤아(신한생명), 박세미(신세계)와 함께 ‘신세대 포인트가드 3인방’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경은 선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데요. 언제 농구를 시작했나요?
이경은(이): 은평초등학교 4학년까지 육상클럽에서 활약하다 선일초등학교에서 ‘장신자 테스트’를 한다고 해서 응시했다가 합격해서 스카우트됐어요. 선일중학교와 선일여고를 거쳐서 프로에 입단하게 됐죠.
이경은은 선일여고 3학년 때 팀을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어 2005년 11월 드래프트에서 김정은에 이어 1라운드 2순위로 금호생명에 지명됐다. 하지만 이경은은 금호생명의 유니폼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우리은행의 간판 이종애와 맞트레이드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정: 1순위 지명을 다투던 신세계 김정은은 이미 국가대표 주전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이: 상대적으로 저는 발전이 조금 더디다는 말씀이죠(웃음).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격형 가드였는데 프로에 와서 어시스트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제 스타일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또 우리은행의 에이스였던 이종애 언니와 맞트레이드됐으니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를 억눌렀어요. 하지만 이제는 원하는 팀에 왔고 자신감도 많이 회복했으니까 조금만 더 지켜봐주세요.
정: 고교시절 공격형 가드라고 해서 생각나는데, 늘 포인트가드들에게 많이 던지는 질문이지만 이경은 선수는 득점과 어시스트 중 어느 것에 더 만족하나요?
이: 저는 어시스트요. 동료가 득점하도록 패스를 해줄 때 더 보람을 느껴요. 하지만 금호생명에 와서는 감독님이 찬스 나면 과감하게 슛을 던지라고 주문을 하셔서 슛 기회가 훨씬 많이 생겼어요. 물론 제 평균 득점도 덩달아 높아졌고요.
정: 이상윤 감독이 왜 그런 주문을 했을까요?
이: 아무래도 우리은행 시절에는 제가 아니어도 득점을 올릴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상대적으로 금호생명은 슈터들이 적죠. 또 감독님께서 잃어버린 제 스타일을 찾아주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하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정: 금호생명과 우리은행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나요?
이: 우리은행은 틀이 잘 짜인 팀이고 선수층이 두껍죠. 반면에 금호생명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맘 편히 농구를 할 수 있어요. 우리은행에서는 조금만 실수하면 출전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는데 금호생명에 와서는 그런 걱정이 많이 해소됐죠. 기회가 줄어들면 더 잘하려고 무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실수가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원래 지명됐던 팀으로 오게 돼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고 원했던 트레이드였기 때문에 기분은 좋았어요.
정: 시즌 개막 전 금호생명의 위상과 현재 금호생명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개막 당시 팀 목표와 현재 팀 목표에 변화가 생겼나요?
이: 사실, 처음엔 플레이오프 진출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우승은 생각조차 못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서 우승까지도 가능하다고 봐요.
정: 가장 닮고 싶은 선배와 그 이유가 있다면요?
이: 전주원 언니요. 우선 옛날부터 사람들이 주원 언니와 저를 많이 비교했고요. 또 학교선배예요. 언니의 플레이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와요. 가령 2 대 2 상황에서 저는 단순한 플레이가 나오는데 언니는 여러가지 창의적인 플레이가 연출되거든요. 이런 점은 연륜을 떠나서 언니만의 장점이라고 봐요.
정: 시즌 초반 금호생명이 3연패에 빠졌을 때 이경은 선수가 투입되면서 3연승을 했죠. 그때부터 전 이경은 선수를 주목하게 됐고 금호생명의 돌풍은 이경은의 손끝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그건 절대 아니고요. 우리 팀의 주인공은 신정자 언니죠.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잘하는 데다 저한테도 너무 잘해줘요. 또 미들슛이 정확한 강지숙 언니가 오면서 제가 패스할 곳이 너무나 많아졌어요. 일단 패스해 주면 두 언니들이 다 득점으로 연결하니까요. 또 감독님의 배려와 동기 부여가 돌풍을 이끈 것 같아요.
정: ‘얼짱’ 신정자 선수와 그렇게 친하다면서요?
이: 네. 룸메이트라서 더 친해졌어요. 처음 와서 서먹할 때 정자 언니가 많이 도와줬어요. 특히 먹을 것을 많이 챙겨줘서 너무 좋아요. 우리 둘은 ‘야식 콤비’거든요(웃음).
정: 야식이라면 주로 어떤 메뉴인가요?
이: 군고구마, 밤하고 김치를 함께 곁들이면, 말하는데도 군침이 도네요. 물론 야식을 잘 챙겨줘서 언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요. 컴퓨터로 경기를 다시 보면서 농구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 신세대 포인트가드 트로이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들 하는데 최윤아, 박세미 선수와 이경은 선수의 장단점을 비교한다면요?
이: 최윤아(170㎝) 언니는 공격, 수비, 리바운드 등 다방면에서 다 잘하는 선수죠. 박세미(165㎝) 언니는 리딩 능력이 탁월하죠. 물론 전 신장(176㎝)과 미모에서 두 선수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해요(웃음).
정: 정말 할 말이 없어지네요(웃음).
이상윤 감독은 이경은을 “금호생명이 명문 팀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평가한다. 김지윤(국민은행)이 떠난 뒤 포인트가드 공백에 시달려온 금호생명에게 이경은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물 만난 고기처럼 코트에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 이경은의 시선은 이제 플레이오프를 넘어 우승을 향하고 있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