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프로농구 전자랜드 정영삼 선수가 자신의 숙소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지원(원): 최근 전자랜드의 전력이 부쩍 좋아 보이는데요?
정영삼(삼): 일단 성적보다는 내용이 좋아진 것 같아요. 선수들 간의 호흡이 1,2라운드보다 훨씬 나아졌죠. 동부와 SK전도 잘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져 패했죠. 국내 선수들의 경험이 다른 팀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겁니다.
원: 정영삼 선수의 최대 강점은 아무래도 ‘해결사 기질’이 아닌가 싶어요. 공격 시간을 2~3초 남겨놓고도 전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저 선수 신인 맞아?”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저는 중요한 순간에 자신감이 더 생겨요. 특히 볼을 돌리다가 몇 초 남지 않으면 속으로 “나에게 공을 달라”고 외쳐요. 솔직히 저도 조마조마한 마음은 들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성공하고 나면 정말 기쁘니까요.
원: 이번 시즌이 첫 해인데 언제부터 그런 자신감이 들었나요?
삼: 초반 몇 경기에서 마지막 순간에 제가 해결해 거둔 승리가 있었어요. 그 때부터 자신감을 얻었고 또 형들이 많이 격려해줬어요. 조우현, 김성철 등 우리 팀의 간판 선수들이 “오늘도 부담 느끼지 말고 잘 해서 이기자”라며 많이 밀어줬어요.
외국인 선수 2명을 제외하고 정영삼은 선배 이한권과 팀내 득점 1, 2위를 다투고 있다. 평균득점에서는 이한권이 근소하게 우세하지만 총득점에서는 319 : 309로 오히려 정영삼이 앞선다. 프로무대에서 신인이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원: 본인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요?
삼: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는 김태술(서울 SK)과 함지훈(울산 모비스)의 2파전이라고 생각해요. 태술이는 처음부터 강력한 후보였고 지훈이는 시즌 초반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횟수가 많아졌거든요. 솔직히 저는 조금 힘들다고 봐요. (양)희종이는 팀내 활용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고 지훈이는 팀 성적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전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태술이보다 약한 편이에요. 그래서 태술이가 가장 유력하다고 봅니다. 물론 득점과 어시스트를 조금 더 하고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는다면 저에게도 가능성이 열리겠죠.
삼: 최근 들어 상대팀에서 저에게 여러 명의 수비수를 붙이는데요. 문득 “왜 수비를 제일 잘하는 이 선수가 나를 막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웃음) 사실은 이런 현실이 제 플레이를 더 힘들게 하죠. 처음에는 다른 팀들이 저에게 수비를 강하게 안했거든요. 하지만 2라운드 중반부터는 공도 쉽게 잡지 못하게 하고 타이트한 수비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원: 정영삼을 막기 힘든 것은 특유의 돌파력 때문이 아닐까요?
삼: (반색하면서) 돌파는 제가 제일 자신있는 부분이죠. 자주 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지만 한번 시도할 때는 “와!”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예요. 그런 점이 팬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것 같아요.
원: 정영삼 선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삼: 제가 대구 출신이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부터 오리온스 김병철 선수를 좋아했어요. 포지션도 비슷하고 배울 게 참 많거든요. 병철이 형은 국내 최고의 2번(슈팅가드)이라고 불리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형의 플레이가 참 맘에 들어요. 돌파를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힘 안들이고 슛을 던질 수 있고 속공 나갈 때면 좌우 45도 3점슛 라인에서 기다렸다가 던지는 3점슛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잖아요.
원: 사귀는 여자 친구는 있나요?
삼: 네. 대학 1학년부터 5년 동안 사귀어온 여자 친구가 있어요. 숙소(인천)와 가까운 곳(부천)에 살기 때문에 제가 전자랜드에 입단했을 때 무지 좋아했어요. 이변(?)이 없는 한 결혼할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어요. 재밌는 건 여자 친구만 경기장에 오면 그날 꼭 우리 팀이 이긴다는 사실이에요. 예전에 대학 때도 그랬거든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농구에 전념해온 정영삼. 지금 프로무대에서도 그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좌절보다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질주해 나가는 정영삼에게는 그 어떤 장애물도 험난해 보이지 않는다. 신인상 후보에 그 이름을 섣불리 지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