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너무나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한 후 장광균이 선수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13층 아파트에서 김상우 위원과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김상우(김): 요즘 배구판에 장광균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아. 장광균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야.
장광균(장): 저도 제가 이렇게 잘 할 줄 몰랐어요. 지금이 최고의 컨디션인 것 같아요.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잘 풀려가니까 힘든 줄 모르고 뛰고 있습니다.
김: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광균=기본기가 잘 다져진 선수’라는 인식이 있어. 기본기를 잘 쌓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
장: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거든요. 그때 가르치신 분이 돌아가신 김이곤 선생님이신데, 2년 동안 공격은 안 하고 수비 연습만 시키셨어요. 그런 훈련이 작은 키(190cm)임에도, 또 공격력이 뛰어나지 않은 데도 좋은 평가를 받게 해준 배경이 된 것 같아요.
김: 광균이는 상무 제대 후에 더 업그레이드된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장: 맞아요. 상무에서 워낙 ‘빡세게’ 훈련을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형은 ‘굴러가면서 운동했다’는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장난 아니었어요.
김: 최삼환 감독님과는 내가 청소년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인연을 맺었는데, 아주 ‘화끈한’ 분이시지(웃음).
장: 잘 아시는 구나^^. 제가 상무 들어갈 때만 해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한 상태였어요. 주무기가 리시브랑 캐치였는데 오른쪽 팔이 부상으로 펴지질 않아서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군대 가기에 이른 나이인데도 군 입대를 자원한 이유가 팀에서 부상 때문에 잘 안 되니까 차라리 빨리 군대 갔다 오라는 권유도 있었어요. 배구는 안 되고, 팔은 안 펴지고…, 그냥 확 그만둬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그때 여자친구가 운동은 나이 먹어서 못하는 거니까 할 수 있을 때 죽기살기로 열심히 해보라고 조언을 하더라구요. 그 말이 큰 자극이 됐어요. 상무에서 진짜 열심히 운동만 했으니까요.
김: 여자친구의 한 마디가 장광균의 배구 인생을 뒤바뀌게 한 거네.
장: 그렇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일찍 군대 갔다 온 게 너무 잘 한 선택같아요. 사실 제 포지션에 신영수, 강동진 등이 있어서 경쟁이 불가피했거든요.
김: 군 제대 후에 팀에 합류하면서 주전 자리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 같아. 더욱이 팔꿈치 수술을 한 이후라 재활 기간도 있었을 테고.
장: 수술하고 나서 의사는 괜찮다고 하는데 전 계속 아픈 거예요. 잘 할 수 있을까?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걱정 등이 끊이질 않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공격력은 저보다 (신)영수나 (강)동진이, (김)학민이가 훨씬 나아요. 제가 시합에 출전하려면 그 선수들이 못하는 리시브나 캐치, 2단 토스 등의 주특기를 살려야 하는데 팔이 아프니까 마음대로 되질 않는 거예요. 진짜 암울한 나날의 연속이었죠.
김: 상무 입대 전과 제대 후의 대한항공의 팀 색깔이 많이 달라졌지?
김: 광균이는 외모가 아주 뛰어나잖아. 아나운서 한석준 씨랑도 비슷한 이미지야. 근데 말 못할 고민이 있지? 외모와 관련해서.
장: 점점 머리숱이 적어진다는 것? 예전에는 이 정도로 (머리숱이)적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상무에서 고생하며 조금씩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팀에 복귀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가운데 머리숱이 더 적어졌어요.
김: 치료는 받고 있어?
장: 아뇨. 그냥 예방 샴푸만 쓰고 있어요.
김: 그래? 만약 대한항공이 우승하면 내가 광균이에게 이 선물을 꼭 해줄게. 바로 ‘난다모’!(이 말에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김: 광균이는 대한항공의 우승 확률을 몇 퍼센트로 보고 있어?
장: (한참 고민하다가) 시즌 시작할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체력도 충분하고 심리적인 자신감이 몰라보게 상승됐고요. 삼성을 한 번 이기면 그 자신감이 배가 될 것 같은데…(대한항공은 장광균의 소원대로 1월 13일 삼성화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귀중한 승리를 챙겨 3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승리는 정규리그에서 대한항공이 1년 여만에 삼성화재를 이긴 경기로 기록된다). 대한항공의 우승 가능성을 60~70%로 볼게요.
장광균은 은퇴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으로 팀 우승을 꼽았다. 한 번 맛 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제대로 우승 맛을 본다면 그 이후 2연패, 3연패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면서 김상우 위원에게 이런 멘트를 날린다.
“삼성, 현대가 우승하는 것보다 대한항공이 우승하면 얼마나 재밌겠어요. 재밌는 배구를 위해서라도 대한항공이 우승을 해야 하는데. 형, ‘난다모’ 미리 준비해 두세요! 하하.”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