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원 WTF 총재(위 왼쪽)와 김운용 전 총재. 올림픽 관련 뉴스레터지인 ‘슈포르트 인테른’에 WTF와 관련된 뇌물 비리 혐의가 실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 ||
맨체스터 돈봉투 사건
2007년 9월 영국 맨체스터. 세계태권도선수권 참관 차 이곳에 도착한 인드라파나는 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챙기지 못했다. 항공기 연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양진석 WTF사무총장은 호텔(인드라파나의 스위트룸 응접실이라고 함)에서 돈 봉투를 건네려고 했다. 이에 인드라파나는 현장에서 불쾌함을 표출하며 거부했다. 당시 현장에는 태국 체육계 관계자가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1월 8일. 올림픽 관련 뉴스레터지인 독일의 ‘슈포르트 인테른(Sport intern)’이 양진석 총장이 인드라파나에게 뇌물을 주려한 혐의와 관련해 1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회의 청문회(hearing)에 소환됐다고 보도했다 (<일요신문>은 ‘슈포르트 인테른’의 관련 e메일 4개를 입수해 확인했다). 이 내용이 <연합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양진석 총장은 10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방을 잃어버린 연맹 부총재에게 편의를 위해 작은 성의를 표시한 것이 이렇게 되돌아오니 어처구니없다. 법정대응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분개했다. 양 총장은 1월 15일 스위스 로잔으로 출국했고, 소명절차를 마친 후 18일 귀국했다.
경희대 체육대학 비리
‘슈포르트 인테른’은 1월 6일자 e메일뉴스에서 조정원 WTF총재가 2004년 WTF 총재 선거 때 경희대의 체육기금(전국체전 지원금)을 유용했다는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는 2007년 12월 23일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경기도 K대학교 시간강사의 검찰 고발’ 내용을 압축한 것이다. 김 아무개 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경희대 체육대학에 박사과정 합격 대가 금품 요구와 논문대필 의혹 등 ‘총체적인 비리’가 있다며 대학교수 등 20명을 검찰(수원지검)에 고발한 사건이다. 20명에는 올리픽금메달리스트, 전 여자프로농구 감독과 함께 공금유용 혐의로 조정원 총재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WTF 노조 설립
한국에 있는 유일한 세계스포츠단체 본부인 WTF 사무국은 2006년부터 노조설립을 추진해왔고 2007년 1월 4일 조합원 3명으로 민주노총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조 산하 지부(지부장 김동민)로 설립 절차를 마친 후 이를 사측(조정원 총재)에 통보했다. 이어 1월 9일 노조측 단협안을 사측에 공문으로 발송했고 17일 첫 협상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총재와 사무총장의 해외출장으로 상견례로 대신했다.
WTF 측은 3개월이나 지난 ‘맨체스터 사건’이 새삼 이 시점에서 불거져 나왔고, 동시에 경희대 체육대학 비리와 노조설립도 보조를 맞춘 것을 예로 들어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WTF의 관계자는 “뻔히 아는 일 아닌가? 2월 조정원 총재의 IOC위원 1차 심사를 앞두고 이를 흔들려는 조직적인 음모다. 관련된 사람들이 특정인(김운용 전 총재를 암시)과 가깝지 않은가. 지금까지는 태권도 단합을 위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제 끝까지 배후를 밝히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음모론은 WTF의 기자회견과 일부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배후에 김운용 전 총재가 있다’는 내용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마침 정권 교체기와 함께 김운용 전 총재가 1월 17일 2013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명예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 음모론이 더 가슴을 부리고 있다.
반면 김운용 전 총재 측은 공식적으로 일체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몰아붙이는가. 자신들의 잘못은 자신들이 해결하면 되지 옛날 평창올림픽 실패 때의 마녀사냥식으로 다시 정치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려든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상황이 엉뚱하게 흐르고 있다. 대응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는 측근들의 조언에 김 전 총재는 “그렇게 따지면 인드라파나도 그렇고, 노조도 그렇고, 해외사범들도 그렇고 태권도계에서 내 측근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무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드라파나는 김 전 총재가 IOC위원에서 쫓겨날 때 등을 돌린 바 있고, 오히려 조정원 총재가 등장하면서 개혁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측근으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느냐는 반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