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여의도에서 만난 WKBL 인터넷 방송 해설가 유영주와 신혜인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지원(정): 직접 해설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유영주(유): 처음 해설하고 나서는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해설을 한 것 같아요.(웃음) 누리꾼들도 엄청나게 비난을 했고요. “이러다가 ‘안티 팬 100만 명’은 한 달이면 채워지겠다”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어차피 지도자의 길을 걸을 사람이니까 해설하면서 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상황이 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죠.
신혜인(신): 지금은 부담 없이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해설하지 않으면 제가 이렇게 매일 경기를 볼 수나 있겠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사람들이 영주 언니와 비교를 많이 해서 힘들었어요. “목소리가 시원하지 않다” “말이 너무 느리고 말투가 어린애 같다”는 등 비난이 많았는데 저는 제 스타일로 가야지 섣불리 흉내를 내는 것이 더 어설프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씩씩하게 하고 있어요.(웃음) 더 이상 그런 비난들에 상처를 받지도 않고요.
정: 해설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유: 처음에는 비난이 많잖아요? “목소리가 방송에 부적합하다” 심지어 “쇳소리가 난다”는 등 제가 극복할 수 없는 부분까지 욕을 먹더라고요. 저희는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시청자의 댓글을 보면서 방송을 하거든요. 첫 2~3경기 정도는 그런 분들에게 “듣기 싫으면 오디오를 줄이고 봐라”며 막 싸우면서 방송을 했어요. 그러면서도 방송 선배인 차양숙 씨의 방송을 자주 모니터했죠.
신: 저는 어리고 프로 경험도 적은데 대선배들의 플레이를 질타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질타 아닌 질타를 해야 하고 스타 언니들이 가끔 실수할 때 지적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선수출신이다 보니 언니들이 왜 안 되는 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정말 말하기가 힘들어요.
정: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한 준비나 마음가짐도 두 분이 각각 다르겠죠?
신: 저는 우선 두 팀 선수들의 기록을 꼼꼼하게 챙기는 동시에 선수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뛰고 있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가장 중요한 해설 준비는 바로 전에 제가 해설했었던 방송을 다시 보는 것이죠.
유: TV방송과 차별화된 방송을 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해요. 인터뷰도 전문성과 친화성을 접목한 ‘라커룸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죠. 때로는 샤워실 밖에서 물소리를 들어가며 인터뷰하는 ‘샤워실 인터뷰’도 하고 있어요. 저는 요즘 “인터넷 방송만의 강점은 뭘까”라는 생각만 하고 살아요.
▲ 유영주(왼쪽), 신혜인 | ||
유: 저는 인성여고 시절부터 함께 생활했던 (정)은순이가 제 우상이었죠. 항상 저보다 은순이가 농구를 잘 했어요. 그러다 고3 때부터 제가 실력이 향상되자 미디어에서 ‘라이벌’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신: 저는 (변)연하 언니와 (정)선민 언니가 우상이었어요. 제가 키가 큰 편이었기 때문에 돌파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3점 슛이 약했어요. 연하 언니의 3점 슛은 국내 최고라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또 선민 언니는 모든 플레이를 다 잘하는 선수잖아요. 특히 포스트에서 동료에게 내주는 패스는 그야말로 일품이죠.
정: ‘별명’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유: 제가 솔직한 편이라 그런지 팬들이 ‘유진실’ 이라고 붙이더라고요. 요즘 젊은이들은 제 얼굴을 모르는 분들이 꽤 많기 때문에 그만 장난기가 발동했죠. “저는 왕년에 고현정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제가 화면에 잡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확인을 했겠죠. “어라? 고현정이 아니라 살찐 혜은이(가수)인데?”라는 댓글을 보면서 뒤로 넘어갔어요.(웃음)
신: 2004 신인드래프트 전날 ‘신혜인 얼짱’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프로입단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어요. 프로에 와서도 ‘얼짱’이라는 별명 때문에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신인에게 신인의 실력을 기대하는 대신 늘 그 이상을 바란 덕분에 점점 얼굴만 예쁜 선수가 된 거예요.
정: 현재 여자 프로농구 팀에 여자 감독이 아직 없는데 혹시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유: 지금까지 여성 중에 그런 인물이 안 나와서 여 감독이 탄생하지 못했지만 남성 감독은 할 수 없는 여성 감독만의 능력이나 노하우가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신: 저는 아빠(삼성화재 배구팀 신치용 감독)를 보면서 ‘감독은 참 힘들고 외로운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도자보다는 대학 교수가 되고 싶어요. 현재 대학(서울여대)에 다니고 있는데 특히 마케팅 분야에 많은 관심이 가요. 농구와 마케팅을 접목한 저만의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필자가 본 유영주는 명해설의 모든 덕목을 두루 갖춘 탐나는 해설가였다. 전문성과 유머러스한 달변에 방송인의 ‘끼’까지…. 털털하고 통쾌한 유영주의 해설은 최근 여자 프로농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선한 분위기의 신혜인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건강 때문에 이루지 못한 농구 열정을 몸 대신 언어로 마이크에 토해내고 있다. 아무래도 무자년엔 새로운 여자 스타 해설가들의 탄생이 화두가 될 것 같다.
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