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준 센테니얼 단장의 ‘실험’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을 모은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우승 모습(왼쪽)과 지난 14일 제주 전훈에서 악수하는 이광환 감독과 최고참 정민태. 연합뉴스 | ||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센테니얼을 바라보는 야구인들의 시선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스폰서 운영이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이 잘 굴러갈 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센테니얼의 실험이 1~2년 안에 실패로 끝난다면 프로야구는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센테니얼이 안고 있는 ‘숙제’를 살펴본다.
대다수 야구인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은 이름조차 생소한 센터니얼이란 회사가 ‘과연 야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센테니얼은 지난해 7월 자본금 5000만 원에 설립된 창업투자 전문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설립 후 채 1년도 되지 않았고, 상장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겨우 자본금 5000만 원에 만들어진 회사라는 소식은 야구인들에게 더 큰 우울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설 연휴 전후로 기존 현대 선수들이 훈련을 거부하며 센테니얼 측과 면담을 요구했던 것도 이런 불안감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러나 센테니얼은 꽤 탄탄한 배경을 가진 회사라는 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설명이다. 센테니얼의 대표는 40대 초반의 이장석 씨로 돼있다. 새 구단의 사장도 맡게 됐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수조 원의 현금 동원력을 가진 전주(錢主)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이 인물은 1월 30일 센테니얼의 창단 선언 기자회견 때 현장에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언론사에서도 인맥을 동원해 센테니얼의 정체를 추적한 결과, 돈이 없어 1~2년 내에 곧바로 야구단을 접을 만큼 능력이 없진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능력은 있다는 것인데, 왜 투자회사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나섰을까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센테니얼 측은 그간 한국 내에서 벌인 사업이 없었지만 조만간 국내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야구단을 소유함으로써 회사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향후 3년 내에 야구단 자체에서 수익을 내겠다”면서 흑자 경영론을 펼쳤다. 일단 이 설명만 듣는다면, 투자 회사의 야구단 창단 이유와 향후 목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긴 하다.
센테니얼의 계획은 단순하다. 유니폼 가슴 쪽에 광고를 하게 될 메인스폰서로부터 90억 원 정도를 받고, 기타 군소 스폰서로부터 20억 원, 관중 수입 20억 원, 홈으로 쓰게 될 목동 구장 연간 펜스 광고로 20억 원 등을 챙기면 운영비 150억 원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150억 원이면 1년 운영비로는 크게 모자라지 않는 수치. 첫 해부터 계산이 확실하므로 몇 년 내 스폰서 규모가 확대되고, 여타 부대 사업에서 수익을 올리게 된다면 결국 흑자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과연 이처럼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돼 결국 흑자 경영이 가능할 것인가를 놓고 의문이 생긴다. 짧게는 8년간 야구단을 운영한 SK와 길게는 26년간 몸담은 삼성과 롯데 등 기존 7개 구단 프런트는 “흑자 경영? 절대 불가능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구단들이라고 해서 흑자를 원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나 열악한 국내 야구장 환경과 척박한 관중 수입 현황을 감안하면 최소 150억 원 정도인 연간 운영비의 5분의 1 정도밖에 충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 모 구단의 단장은 “센테니얼이 흑자를 내겠다고 했는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1년 만에 두 손 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한편으로는 “만약 센테니얼이 진짜 흑자를 낸다고 해도 문제다. 그렇게 되면 기존 구단들은 모두 바보라는 얘긴데 결국 너도나도 모기업 눈치를 보게 되면서 적극적인 투자가 아닌 스폰서 마케팅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야구판 전체 파이가 줄어들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