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브래든턴의 피츠버그 파이리츠 스프링 캠프가 열리고 있는 매케니필드에서 계약이 늦어져 다소 늦게 팀에 합류한 김병현을 만났습니다. 코치들과 이야기하며 장난도 하고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훈련을 끝내고 브래든턴의 유일한 한국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은 김병현은 이번에 피츠버그와 계약을 하면서 “야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였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김병현은 지난해 뛰었던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재계약을 학수고대했다고 합니다. 시즌을 마친 뒤 자신의 에이전트사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 측에 플로리다 말린스라면 어떤 조건의 계약도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는데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3년간 고생도 많이 하고 열심히 선발 수업을 쌓아 온 그로선 또 다시 불펜으로 돌아간다는 현실이 자존심을 몹시 흔들어 놓은 듯합니다.
이번에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맺은 김병현의 계약은 30만 달러 보장에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면 85만 달러, 그리고 인센티브를 받으면 200만 달러를 받게 되는 계약입니다.
김병현은 막판에 계약을 포기하고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가 ‘메이저리그에 한국 선수 멸종’이라는 기사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만약 한국 선수들 중에서 누군가가 메이저리그를 지키고 있었다면 난 그만두었을지 모른다”라는 고백을 곁들였으니까요.
김병현은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살아 왔는데 그중 한 가지는 이뤘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여유를 갖췄고 큰 누나도 시집간 터라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직 한 가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론 김병현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선발 투수’란 타이틀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날 12시에 매케니필드에서 라이브 피칭을 마치고 다시 만난 김병현은 어제보다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시 시작해볼 테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죠. 이 얼마나 고마운 이야기입니까. 다시 태어나는 김병현에게 많은 박수를 보냅니다. 김병현만이 던질 수 있는 일명 ‘프리스비 슬라이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