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체에서 실제로 후원금을 내는 회장은 보통 기업인이 대부분이다. 박성인 대한빙상연맹 회장처럼 선수(탁구) 출신인 경우도 있지만 이는 소속사(삼성그룹)의 스포츠전문경영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순수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육상인들은 이번 이 회장의 취임을 육상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바비큐치킨 전문 프랜차이즈인 TBBC의 서울사업장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육상원로부터 현역선수들까지 육상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회장은 수원영신중과 육상명문 배문고를 거친 정통 중장거리 선수 출신이다. 고교 톱랭커로 활약한 이 회장은 1978년 졸업과 동시에 대학 대신 당시 인기가 있었던 한보증권에 입사, 선수생활을 계속했다. 이후 배문고 1년 후배 오인환 현 삼성전자육상단 감독 등 후배들을 데려오는 등 한보증권육상단의 기둥으로 활동했다. 이 회장은 “운동은 내가 더 잘했고, 인환이는 나보다 더 성실했다. 인환이가 돈을 벌고, 내가 애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데 사람 팔자 모른다더니 인환이는 지금 세계적인 지도자가 됐고, 나는 돈을 벌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은 처음 육상 선후배들부터 회장직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하지만 학창시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운동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경기인 출신으로 육상 꿈나무들을 위해 무엇인가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회장직을 수락했다.
“일단 장학 혜택 등 학생선수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좋은 선수를 발굴해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주역으로 키우고 싶다. 가장 중요한 초등육상연맹이 없는데 중고연맹을 초중고연맹으로 확장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