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농구 간판급 스타인 정선민도 그동안 팀 이탈, 감독과의 불화설 등 이런저런 악소문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선민(34). 남들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 발휘로 농구 코트를 휘어잡고 있는 여자농구의 ‘대표선수’다. 솔직히 정선민을 인터뷰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다양한 선입견으로 편하게 다가갈 수 없었지만 인터뷰 후에는 ‘시간 날 때 소주나 한잔 하자’는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서로 마음을 열고 있었다. 알면 알수록 남다른 매력을 ‘찐하게’ 풍기는 정선민과 ‘이젠 말할 수 있다’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소속팀 옮긴 이유 뭔가
정선민은 2006년 11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국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긴다. 국민은행에 몸 담고 뛴 3년이란 시간이 그한테는 농구 인생 중 가장 힘든 시간들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내가 국민은행에서 뛴 동안 얻은 결과라면 ‘욕’과 ‘비난’밖에 없었다. 후배들과 손잡고 우승 한 번 해보겠다고 개인 훈련보다 팀 훈련에 치중하고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을 이끌어 가려고 발악했었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 건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너무 튄다느니, 감독 말을 듣지 않는다느니, 후배들을 무섭게 잡는다느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서 심하게 상처를 받았고 더 이상 그곳에 남아 있을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팀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도 얻어먹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물밀 듯 했다.”
임달식 감독과 불화설
결국, 신한은행으로 옮긴 정선민은 이영주 감독 후임으로 만난 임달식 감독과 시즌 전부터 불화설에 휘말렸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임 감독과의 불화설은 시즌 내내 여자농구계의 이슈로 떠올랐다며 덜컥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전 팀에 상처받고 새로운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제대로 한 번 운동해 보고 싶었던 정선민으로선 또 다시 이전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자신을 향하는 보이지 않는 ‘태클’들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도대체 왜 그런 불화설 보도가 나갔는지 모르겠다. 기자들도 어디서 소문을 듣고 ‘농구관계자 A 씨에 의하면~’이란 기사를 쓰는지 정말 궁금하다. 재밌는 건 나와 관련된 기사를 쓰면서도 직접 내게 전화해서 물어본 기자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추측성 기사였다.
당시 감독님은 물론 구단한테 무척 서운했다. 왜 그런 기사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내가 직접 임 감독님을 찾아가 ‘감독님과 나랑 사이가 안 좋으냐?’고 묻기까지 했었다.
물론 난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님을 믿는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지만 말이다. 내가 잘 되는 걸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이런 이상한 내용이 사실화돼 전달되진 않았을 것이다.”
전지훈련 중 팀 이탈?
신한은행은 시즌 전 광주로 체력강화 차원의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런데 시즌 시작하고 2게임째 들어갔을 때 정선민이 감독의 훈련 스타일에 반발해 짐을 싸들고 팀을 이탈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정선민은 그 소문을 듣고 어이가 없다 못해 극도의 흥분을 느꼈고 농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8일째 훈련에서 트랙을 돌다가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더 이상 훈련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감독님께 보고 드렸더니 2주간 휴가를 주셨고 마산 집에서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다 팀에 복귀했다. 그걸 팀 이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하루는 금호생명의 신정자가 전화를 걸어선 “언니, 팀 이탈한 적 있어?”라고 물어보더라. 감독이랑 싸우고 짐 싸서 나갔다는 소문이 났다면서. 내가 농구 1~2년 한 것도 아니고 지금의 나이에 감독님이랑 의견 차이로 팀을 뛰쳐나갈 만큼 어리석고 즉흥적인 사람이 아니다. 우리 팀 선수들도 다 봤고 감독님도 진실을 알고 있는데 왜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인 것처럼 전달되고 기사화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너무 화가 났었다.”
▲ 생애 첫 챔프전 MVP를 수상한 정선민. 연합뉴스 | ||
감독과의 불화설에 이어 이번엔 구단의 대형 트레이드 계획이 알려지면서 정선민은 다시 한 번 심한 쇼크를 받게 된다. 자신을 ‘시장’에 내놓고 다른 팀 선수들과 저울질 해온 구단의 움직임이 또 다른 차원의 아픔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선민은 구단이 ‘거물급’에 해당하는 자신을 트레이드 시키려 했던 배경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놓는다.
“처음엔 내가 트레이드를 원했다. 팀 이탈, 감독과의 불화설 등 이런저런 오해 속에서 생활하다보니까 더 이상 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구단에서 은밀히 트레이드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서운했다. 그 후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감독님이 ‘신한은행에 정선민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절대로 감독 말 외에는 다른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감독님의 신뢰와 선수들 사이의 믿음이 날 지켜준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너무 힘든 상황들이었다.”
정선민은 또 다시 눈물을 훔쳤다. 굉장히 강한 포스를 가진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눈물이 많았고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파했다.
장훈이와 엮이는건 싫어!
정선민은 이번 시즌 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앞으로 저랑 (서)장훈이랑 연결짓지 말아주세요. 서로 기분 나빠해요. 그런 말 들으면…”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한 적이 있었다. 다시 물었다. 아직도 그런 연결고리가 불편한 느낌이 드냐고.
“장훈이랑 난 74년생 동기다. 장훈이의 농구 철학이나 실력, 마인드는 존중하고 인정한다. 그리고 장훈이가 워낙 똑똑하고 입담도 좋지 않나. 그런데 단순히 외모를 놓고 나에 대해 ‘여자 서장훈’ 운운하는 건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남자 정선민’도 좋은 그림은 아니다. 그러나 설령 내 외모가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더라도 마음까지 차갑진 않다.”
그리고 사생활과 결혼
정선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나온 남자가 있었다. 팬이라고 다가왔던 스튜어드였다. 특별한 직업을 가진 커플들이라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가끔 얼굴 보면 너무나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 남자였다고 한다.
“그 사람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운동에 전념했다. 남자와의 만남은 ‘장기전’은 안 맞는 것 같다. 챔프전처럼 ‘단기전’으로 가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연하남에게 관심이 쏠린다. 이런 증상을 봤을 때 점점 결혼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웃음).”
정선민은 같은 팀 전주원의 딸 수빈이를 보면서 결혼에 대해 더 애착을 갖게 됐다고 한다. “수빈이 같은 딸 한 명만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될 것 같아요”라는 말 속에 결혼에 대한 갈망이 퐁당퐁당 소리를 내는 것만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