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기 감독(왼쪽), 김유택 코치.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전 연세대 감독인 김 감독은 지난 2001년 동아시아대회에서 대학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을 이끌고 야오밍, 왕즈즈의 중국 팀을 격파했던 주역이기에 오는 7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승진의 등장으로 한층 커진 토종 빅맨들을 육성할 책임은 코치로 선임된 김유택 엑스포츠 해설위원의 몫이 됐다. 이번 주 최강인터뷰에서는 대표팀 1차 소집 준비에 분주한 김남기 감독과 김유택 코치를 함께 만났다.
정지원(정): 지난 2005년 4월 연세대 감독을 그만뒀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김남기(남): 감독에서 물러난 뒤 SBS스포츠 채널에서 프로농구 해설을 했어요. 코트를 떠난 지 벌써 3년이 흘렀네요. 그 부분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었어요. 하지만 팀을 맡을 때는 자기 팀과 함께 맞붙는 상대팀 정도만 보는데 해설은 프로 10개 팀을 다 봐야 하기 때문에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야가 확보된 것 같아요.
정: 이번 선임과정에서 내홍이 끊이질 않았다고 들었어요. 학연에서 불거진 문제였나요?
남: 학연에 대한 시비는 항상 나왔던 얘기고요. 현재 남녀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공교롭게도 연세대 출신인 점이 그런 오해를 낳은 것 같아요. 처음 실시하는 전임 감독제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하다 보니 결론이 쉽게 안 났고 결국 투표까지 하게 됐어요.
정: 김남기 감독과 함께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김동광 전 KT&G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남: 그럼요. 사실 저는 김동광 선배님이 감독하고 제가 코치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김동광 감독님은 실업 기업은행 시절에 한솥밥을 먹었었고 저하고는 사제지간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또 특정대학들의 나눠먹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이번 감독 선임은 공개모집이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 속에 확실한 근거를 통해서 이루어졌으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감독으로 재임하는 동안 방열 교수님, 김동광 선배님, 최인선 선배님 등 탁월한 지도력과 경륜을 갖추신 분들을 반드시 자문위원으로 위촉해서 조언을 구해 가면서 팀을 이끌어갈 거예요.
정: 코치 선임 역시 발표 직전까지 안개정국이었어요. 김유택 코치와 강정수 전 국가대표 코치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겠어요?
남: 예전처럼 코치를 2명씩 선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굳이 한 명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선임 기준은 단순했어요. 제가 가드 출신이기 때문에 외곽 선수들은 정말 잘 가르칠 자신이 있어요. 하지만 최근 하승진이 대표팀에서 중요한 위치가 됐잖아요. 하승진을 비롯한 빅맨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했어요.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센터였던 김유택 코치만큼 마땅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죠. 제가 만약 센터 출신이었다면 당연히 가드 출신인 강정수 전 코치가 대표팀에 왔을 거예요.
정: 향후 대표팀 소집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죠?
남: 일단 4월 14일경 1차 소집을 할 거예요. 예비명단 20명 가운데 8명에서 10명 정도가 모일 수 있을 겁니다. 4월 25일 대학농구 대회가 끝나면 2명이 더 합류하고요.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끝날 무렵인 4월 28일 최종 엔트리 12명을 확정하고 5월 9일에 소집해서 12일부터 합숙에 돌입하게 됩니다.
정: 7월 예선전은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걸린 만큼 협회와 농구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겠군요.
남: 일단 트레이너와 주무를 각각 1명씩 선발하기로 했고요. 연습장과 합숙소는 프로구단들이 적절하게 지원해준다고 약속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특히 KCC에서 마북리 숙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 (김유택 코치를 보며) 너무 감독님하고만 오래 얘기했네요. 먼저 축하드리고요. 3년 만에 코트로 복귀하게 된 소감은요?
김유택(유): 우선 김남기 감독께 감사하죠. 좋은 성적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보답하고 싶고 감독님을 충실히 보좌할 거예요. 코치는 감독의 그림자라는 것이 제 철칙입니다.
정: 이번 예비명단을 보니 하승진 김민수 윤호영 등 역대 최강의 센터진이 뽑힌 것 같은데요?
유: 아마 센터진은 대표팀 사상 최고의 신장일 겁니다. 자원은 좋지만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국제경기 경험이 취약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봐요. 국가대표 센터로서 현역생활과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한 제 노하우를 잘 전수하는 것만이 국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겠죠.
정: 현역시절 ‘무서운 선배’로 소문이 자자했던데요?
유: 제가 훈련할 때 좀 혹독하게 후배들을 대했어요. 저는 훈련장에서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을 태생적으로 못 보는 성격이거든요. 선수는 항상 코트 위에서 농구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좀 고지식하다 보니 후배들이 많이 어려워했죠. 융통성 없이 원리, 원칙만 고수한 탓에 사회에 나와서는 정말 힘들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이제는 저도 많이 유연해졌어요.
현대 농구는 분업화 추세다. 그런 점에서 김남기 감독과 김유택 코치 체제는 이상적인 조합이다. 각기 다른 포지션에 대한 전문성과 정반대의 성격이 상호 보완적이다. 코앞에 닥친 목표는 베이징 올림픽 티켓 확보. 현역 NBA 선수들이 즐비한 캐나다, 슬로베니아와 한 조에 속해있는 우리 대표팀 앞에 놓인 현실은 매우 험난해 보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이 두 사람에게 던지고 싶은 말이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CJ미디어 아나운서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