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다 대통령 동문
<일요신문>이 확인한 결과 유도 국가대표 출신의 김정행 용인대 총장(65)은 지난해 말 17대 대통령선거 이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사조직인 안국포럼에서 활동했다. 안국포럼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고등학교(동지상고) 1년 후배인 김 총장은 캠프 내부에서 상당히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친이’ 체육계인사로 분류된다. 2002년 김운용 전 회장이 중도 사퇴했을 때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 총장은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 입후보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승국 한체대 총장(62)은 태권도 출신으로 천신일 대한레슬링협회장(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함께 ‘61회(고려대 61학번모임)’의 주축멤버로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체육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천 회장이 가장 유력한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천 회장 스스로가 정권초기 대표적인 측근인사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출마 자체를 단념했다. 대신 이승국 총장을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김정행, 이승국 총장 모두 ‘친이’계로 어느 쪽이 정권으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느냐에 초점이 쏠리고 있다. 현재 청와대는 ‘체육계는 체육인들이 알아서 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재정과 인사 등에서 정권의 영향력이 지대한 체육계 현실에서 그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체육회 내부에 정통한 A 씨는 “피상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김 총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친밀도는 천신일 회장 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안국포럼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안티 김정행 여론도 있다. 친이의 색깔이 어느 쪽이 더 짙다고 선뜻 판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 다크호스 동상이몽
이연택 전 2002한일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은 2002년 5월 김운용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제34대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 당시 대의원총회 선거에서 이연택 회장은 김대중 정부의 후원을 바탕으로 김정행 총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제친 바 있다. 하지만 이연택 회장은 2005년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김정길 회장과의 경선에서 패했고, 이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출마를 공식화한 이연택 회장은 당시 체육회장 선거 낙선과 유죄판결이 정치적 탄압이었다라며 ‘명예회복론’을 들고 나왔다.
이밖에 체육회장 선거의 단골 입후보자인 박상하 대한정구협회장(63)과 최만립 전 KOC 부위원장(74)도 입후보가 예상되고 있고, 천신일 회장 쪽에서 이승국 총장카드가 약할 경우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허광수 회장은 현재 고우체육회장(고려대)을 맡고 있다.
:: MJ 시인도 부인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57)은 밑그림이 보다 크다. 즉 대한체육회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IOC위원에 등극해 한국 스포츠외교를 이끈다는 복안이다. 2002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에 14년째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맡고 있어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스포츠 행정 분야의 캐리어뿐 아니라 18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서울로 옮기고도 정동영 통합민주당 대선후보를 꺾은 정치력, 여기에 재력, 외국어능력 등 한국 스포츠의 수장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할 정도로 한층 확대된 정치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안국포럼의 한 관계자는 “(MJ가) 유력한 당권후보인 상황에서 대한체육회장까지 줘 버리면 너무 한쪽에 몰아준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친박진영이 견제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MJ 측은 대한체육회장 출마에 대해 시인도 부정도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및 IOC위원이 정치에 큰 도움이 되는 등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권 내부적으로 고려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A 씨는 현재 체육회장 판세를 6:3:1로 진단했다. 김정행 총장이 60%의 비중으로 앞선가운데 이승국 총장이 30%를, 나머지 후보군이 10%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해석이다.
하지만 여기엔 MJ가 불출마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만일 MJ가 후보등록을 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청와대 및 여권과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표심이 MJ 쪽으로 급격하게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의원총회는 오는 26일 오전 11시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