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 김두현에게 전하는 메시지
박지성을 인터뷰하기 전 먼저 김두현(26·웨스트브로미치)을 만난 터라 자연스레 다음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조우하게 될 김두현에 대한 ‘격려성 멘트’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항상 반듯한 답안을 내놓아 별다른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 박지성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박지성은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후배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김)두현이한테는 챔피언십에서 보낸 6개월이란 경험이 소중히 작용될 것이다. 그러나 챔피언십과 프리미어리그는 엄연히 다르다. 자기가 갖고 있는 기량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잘 참고 기다리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 올림픽 출전 여부
역시 박지성은 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뽑히는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일정 부분은 감수하고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 대답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프리미어리그 초반이든 올림픽 출전이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고민이 되는 것이고 여전히 갈등이 된다. 하지만 결정이 난다면 결정이 난 팀에서 최선을 다해 내 몫을 해낼 자신은 있다.”
▶▶ 귀국 행사와 수원시
해외파 스타플레이어가 귀국한 뒤 이런저런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한두 번 이상은 여론의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박지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귀국한 하루만 빼놓고 연일 수원시에서 주최한 행사와 홍보대사, 스폰서 업체의 이벤트 무대에 서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지성은 크게 힘들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루에 한 번씩 한 시간 정도를 소비했을 뿐이다. 만약 그 일정이 많다고 한다면 연예인들은 상당히 힘들 것 같다. 만약 내 스케줄이 경기하는데 문제를 줄 정도였다면 회사 측에서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의 빡빡한 스케줄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보트도 타고 특별한 기분을 느끼면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연합뉴스 | ||
박지성은 나이키가 주최한 행사에서 만난 피겨 스타 김연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느낌표를 선사했다.
“영국에 있을 때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언젠가 한국에 왔을 때 경기하는 걸 보게 됐고 그때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아서 1등을 했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잘한 대회였다. 종목과 상관없이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대열에 오른 김연아 선수가 대단해 보인다.”
▶▶ 결승전 결장과 퍼거슨 비난
박지성에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으로 인해 퍼거슨 감독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고 전했다. 그러자 박지성은 “감독으로선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없이 한 시즌을 보낸 데다 결승전을 앞두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좋은 몸 상태를 선보였다. 수술과 재활로 오랜 공백 기간이 있었던 나로선 설사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감독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로서 그런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아쉽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땐 반드시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선수 보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을 거론하며 다음 시즌은 더욱더 치열한 선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난 아직 세계 최고의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세계 최고가 되기에는 상당히 많은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박지성표 모범답안 속에는 어느새 그의 축구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표팀 내에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더욱 크게 부각시키는 어른스러움과 축구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성숙함을 물씬 풍기는 인간적인 면면들이 ‘믿음직하다’는 단어로 귀결된다. 박지성이 정말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