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성훈(왼쪽).최용수. | ||
추성훈과 최용수의 리벤지 매치는 현재 한국 격투기는 물론이고 K1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최대 관심사다. 각각 나누어서 열려도 폭발적인 흥행력을 가진 두 매치가 동시에, 그것도 한국에서 열리게 된 까닭은 둘의 매니지먼트를 한 사람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양명규 K1프로모터(T엔터테인먼트 본부장)는 2006년 초 최용수를 K1에 데뷔시켰고, 최근 추성훈의 국내 매니지먼트 권리를 확보했다. K1의 간판스타 최홍만이 군 입대 및 병역면제, 그리고 뇌종양 수술 결정 등으로 당분간 국내 K1 링에 오를 수 없게 됨에 따라 양 프로모터는 올림픽 이후인 2008년 가을에 ‘슈퍼 더블 리벤지 매치’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양 프로모터는 “두 선수가 현장을 찾는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장소는 무조건 한국으로 할 계획이다. 한국 K1 사상 최고의 빅매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부풀렸다.
추성훈과 최용수는 공히 지난해 12월 31일 동시간대에 일본에서 모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당시 추성훈은 도쿄에서 열린 프라이드 마지막 경기에서 미사키에게 역전 TKO패를 당했다. 한국계 일본인인 추성훈은 이전 일본의 영웅 사쿠라바와의 경기에서 부정 오일을 사용했다는 일본 내 여론의 몰매를 맞으면서 안티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렇기에 이날 경기는 판정에 문제가 많았지만 일본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격투기 전문가 천창욱 씨는 “프로레슬링도 그렇고 원래 일본은 팬이나 언론 모두 선과 악의 이분법을 좋아한다. 특히 간판스타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보호하기 위해 특정선수를 악의 이미지로 조장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추성훈이 이런 시스템에 희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최용수는 K1 다이너마이트 맥스 경기에서 마사토와 빅매치를 펼쳤다. 가수 활동을 할 정도로 준수한 외모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마사토는 일본 여성들이 뽑은 안기고 싶은 남자 순위에서 이치로를 제치고 스포츠스타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복서의 자존심을 걸고 펼친 이날 대결에서 최용수는 미들킥에 다운을 당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리다 기권하고 말았다. 한·일 대결에서 진 것은 물론, 프로복싱의 자존심까지 구긴 셈이 됐다.
패배의 충격은 추성훈보다 최용수가 컸다. 추성훈이 일본에서는 정반대로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돼 반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최용수는 이후 5개월이 넘도록 경기를 치르지 않는 등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대진 카드를 검토했지만 최용수 본인이 마사토와의 대결을 한사코 고집해 다시 링에 오르지도 않았다.
최용수는 “마사토전 패배 이후 많은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의 리턴매치는 지면 은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최용수는 절친한 후배 지인진과 함께 6월부터 가을 리벤지 매치를 위한 본격적인 훈련에 착수했다. 지인진은 “용수 형의 승리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내가 싸운다는 생각으로 함께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추성훈-미사키, 최용수-마사토의 2대 리벤지 매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도전자격인 추성훈과 최용수는 같은 매니저를 통해 복수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나 미사키와 마사토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미사키 측은 객관적인 기량 상 재대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마사토도 한국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UFC와 세계 격투기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K1측은 올림픽 후 하반기에 확실한 흥행 카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그것이 일본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최홍만이 빠진 한국에서도 붐을 일으킬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것이다.
2008년 두 ‘C(추성훈 최용수)-M(미사키 마사토) 한일 리벤지매치’에 대한 열기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