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2007년 4월 18일자에서 ‘박태환 밀물, 김연아 잠잠 - 스폰서 차이 왜 날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똑같은 국민남동생, 국민여동생인데 박태환은 흥행대박인 반면 김연아는 다소 썰렁했기 때문이다. 마침 2007년 4월 김연아는 IB스포츠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년 2개월. 지금은 김연아가 박태환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한국 스포츠 매니지먼트 역사상 최고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광고출연 매출이 수십 배로 늘었고, 김연아를 주인공으로 한 대회도 흑자를 기록했다. 또 다음카페 김연아의 팬클럽 회원 수도 이전 2만 명에서 지금은 5만 명으로 1.5배나 늘었다.
2008년 6월 현재 IB스포츠 내에 김연아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구동회 부사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2007년 4월 처음 계약할 때는 구 부사장 혼자였으나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5명까지 된 것이다.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다. 또 김연아가 외국에 나갈 때 IB스포츠는 최소 한 명에서 많게는 세 명까지 파견한다. 모두 IB스포츠와의 계약 이전에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 혼자 감당하던 일이다. 당연히 김연아와 박미희 씨가 편할 수밖에 없다. 박미희 씨는 “대만족이다. IB스포츠가 가족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김연아도 “IB스포츠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럼 단지 심신이 편할 뿐일까. 그렇지 않다. 전문성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구동회 부사장은 “예전에 김연아는 미디어와 접촉할 때 다소 딱딱한 인상을 풍겼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곤란해 하는 눈치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여유가 넘친다. 심지어 미디어 노출을 즐길 정도”라고 말했다. IB스포츠는 철저하게 김연아의 이미지를 관리한다. 1년여 동안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만 30건에 달한다. 또 쇄도하는 인터뷰나 방송출연 요청도 김연아에게 맞는 것으로 사전에 조율한다. 그리고 해당 미디어와의 접촉 때는 김연아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얼마 전 김연아가 모 방송에 나와 쥬얼리의 ‘원모타임’을 불러 화제를 모은 것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이다.
광고출연도 그렇다. 현재 김연아는 국내외 굴지의 기업 10여 개와 광고출연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국민여동생의 신선한 이미지를 해치는 광고는 없다. 심지어 광고 콘티까지 면밀히 살펴 수정할 정도다.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광고출연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IB스포츠에서 김연아 관련 매출은 연간 60억 원에 달한다. 코스피 상장사인 회사의 전체매출 가운데 3%에 해당하는 수치다.
구동회 부사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경기력이다. 플레이어는 경기력이 좋을수록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각종 지원은 선수가 훈련에만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계약 당시 김연아는 부상으로 고생했다. 종목 특성 상 지금도 부상 위험은 존재하지만 이전에 비해 그 확률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IB스포츠는 미디어와 광고 업무 외에 통역, 외국어 교육, 부상 체크, 식사, 잠자리 등 모든 편의를 지원한다.
IB스포츠는 김연아를 위해 단순한 선수 매니지먼트를 넘는 비즈니스까지 벌였다. 대한빙상연맹과 마케팅 대행 계약을 체결했고, 직접 세계적 수준의 아이스쇼 대회까지 개최해 흑자를 냈다.
김연아와 IB스포츠 이전에도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매니지먼트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브랜드에 의한 매니지먼트였다. 브랜드 즉 특정기업 소속으로 기업 내 홍보직원들이 선수 매니지먼트를 했던 것이다. 구동회 부사장은 “박태환은 스피도라는 회사 소속이고, 이봉주는 삼성전자, 그리고 예전의 박세리도 삼성 소속이었다. 브랜드가 매니지먼트를 하면 소속감, 안정된 소득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확실히 한계가 있다. 선수를 브랜드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 오히려 브랜드를 선수에 맞추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