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를 위해 시구를 하러 마운드에 올라 선 정태우는 말을 타고 <대조영> 출연 복장 그대로 등장해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
지난해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렸던 대전구장이 술렁였다. KBS 주말드라마 <대조영>에 출연하고 있던 정태우가 자신이 응원하는 한화 이글스를 위해 시구를 하러 왔던 것. 연예인 시구야 흔히 있는 일이지만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 이유는 정태우가 <대조영>에서의 복장을 그대로 갖춰 입은데다 말까지 타고 야구장에 들어섰기 때문.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말이 등장했던 이 시구는 정태우의 열정과 한화 이글스 홍보팀의 노력이 더해져 이루어졌다.
정태우는 마침 드라마 스케줄이 여느 날보다 빡빡하지 않아 촬영을 미루고 하루 동안 휴가를 낸 뒤 촬영용 의상을 빌려 대전을 찾았고 홍보팀은 드라마 속에서의 정태우 모습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말을 공수하러 뛰어다녔던 것. 덕분에 사상 최초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성공적인 시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SK 와이번스의 열혈팬인 개그맨 A는 종종 스케줄을 펑크 내고 경기장을 찾기로 유명하다. SK 홍보팀 측은 “A는 자주 경기장을 찾지만 이를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며 “이유는 방송 스케줄을 펑크 내고 온 것을 소속사가 알 경우 혼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나는 이미 야구팀 일원
이미 야구팀의 일원이 된 것처럼 야구팀과 각별하게 지내는 연예인도 있다. 공형진과 남희석이 대표적이다. LG 트윈스의 오랜 팬인 공형진은 수시로 경기장을 찾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과도 친한 사이다. 그 덕에 남다른 특혜를 누리기도 한다.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선수들의 라커룸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 공형진은 종종 도넛 등 간식을 사들고 라커룸을 방문해 선수들과 담소를 나눈다는 게 홍보팀의 전언이다. 이렇듯 선수들의 공간에도 자유롭게 드나들다 보니 오해도 생긴단다. LG트윈스에 소속된 경헌호 선수와 공형진이 형제처럼 닮아 LG트윈스 관계자들이 착각하는 일이 많기 때문. 이런 까닭에 공형진을 “(경)헌호야!”라고 불렀다가 당황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남희석은 대표적인 한화 이글스 팬이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전 때 곰 인형을 쓰고 응원하는 김장훈의 모습에 자극을 받아 몸빼바지와 반짝이 의상을 차려입고 맞불공연을 하기도 했던 남희석은 자신의 자동차와 여행가방, 노트북과 책상에까지 한화 이글스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또한 한화 팬이라고 자처하는 후배들에게 무조건 술을 사준다고. 그런가 하면 남희석은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딸 보령에게 “다른 건 다 괜찮지만 네 엄마처럼 남자 때문에 팀을 옮기지 말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한화빠’다. 남희석의 부인 이경민 씨는 본래 롯데 팬이었으나 결국 한화 팬이 됐다.
@호형호제하다 팀 팬으로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구장에서 시구를 한 배우 추자현은 양준혁 선수와 오빠동생으로 부를 만큼 친한 사이다. 양준혁의 통산 2000안타를 기념하는 경기에서 시구를 맡은 추자현은 공을 받아주려고 포수 석에 선 양준혁을 타자로 세우기까지 하는 당돌함과 친밀함을 과시했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 음반까지 제작한 가수 박상민은 정수근 선수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정수근이 두산 베어스에 소속되어 있던 때 알게 됐다는 두 사람은 병상에 있는 임수혁 선수 성금모금을 위해 롯데 측에서 주최한 호프행사 때 박상민이 부산까지 내려와 공연을 해주는 등 돈독한 사이를 자랑한다.
이휘재도 친한 사이인 기아 타이거즈의 심재학 선수를 따라 응원하는 팀을 옮길 정도다. 특히 이휘재는 야구광으로 여러 선수들과 두루 친하기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야구 선수들이 시즌을 끝내는 12월에 결혼해서 축의금을 회수하겠다고 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계의 마당발이다.
이밖에 고향사랑으로 야구팀 팬을 자처하는 연예인도 많다. 인천 출신인 탤런트 양미라와 박상원, 개그맨 이혁재 염경환 지상렬 등은 SK 와이번스의 팬이며 부산이 고향인 개그우먼 김현숙과 배우 김보경 등은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