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20대 초선 당선인들을 위한 오찬이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거리가 300m, 100m 정도에 불과한 국회 경내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데 우등버스 6대가 동원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5월 11일 국회에서는 20대 초선 당선인 연찬회가 개최됐다. 초선들이 국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국회 경내를 이동할 때마다 국회 의정연수과에서 마련한 우등버스 6대를 이용했다.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국회 경내 헌정기념관에서 오찬장인 의원회관까지 거리는 불과 300m가량. 기자가 직접 걸어보니 성인 보폭으로 6분 내외가 소요되는 거리였다. 또 오찬을 마친 뒤 의원회관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국회 본회의장까지 가기 위해서도 버스를 탔다. 몇몇은 걷기도 했지만 대부분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초선들이) 처음이다 보니 아무래도 길도 모르고, 날씨도 덥고(걷기엔)…”라며 “19대 때도 그렇고 관행상 늘 해오던 건데…”라고 해명했다. 출퇴근 시간에만 사용되던 우등버스를 유휴시간에 활용한 게 큰 문제가 되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초선들의 모습을 지켜봤던 국회 관계자들은 ‘과도한 의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국회 버스를 운전했던 기사는 “운전한 지는 10년도 넘었어요. 보니까 특히 초선들은 경내에서도 잘 안 걸어요. (어깨에) 힘들이 들어가서. 그날 버스 운행한 게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인가”라고 귀띔했다. 5년 넘게 국회에서 청소를 해왔다는 직원도 “그분들은 차로 다니죠. 청소하는 우리 중에도 의원들 얼굴 몇 번 못 본 사람이 허다해”라고 전했다.
확인 결과 국회 사무처에는 의전과가 존재하긴 하지만 국회의장에 한정해 업무를 보고 있었고 그 외의 매뉴얼은 따로 없었다. 단지 습관적으로 행해온 의전이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셈이다. 더군다나 국회에는 국회도서관과 본청, 의원회관을 연결하는 지하통로가 마련돼 있다. 여기는 일반인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곳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버스를 활용했다는 사무처 설명이 궁색해지는 대목이다.
초선 당선자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초선 132명 중 제 시간에 온 사람은 90명이었다. 그마나 117명만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초선 당선자는 “바쁘면 뭐 못 올 수도 있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19대 국회 4년 임기동안 매년 본회의 출석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 거지. 한 달 전만 해도 약수터며 시장이며 온 동네 돌아다니면서 성실했는데…. 배지 다는 순간 하체 힘이 풀려서 걷기도 싫고 지각도 하고 그런 거지”라고 꼬집었다.
금재은 인턴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