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한국 배구의 회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난도 감수할 수 있다는 신치용 감독은 2010아시안게임 전까지 대표팀만의 새로운 ‘문화’를 심겠다고 밝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프로배구 V리그에서 겨울리그 통합 10승의 위업을 달성한 감독이 뭐가 아쉽다고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나섰을까.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이었는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대표팀을 위해 또다시 몸을 불사르겠다는 열정이었는지가 궁금했다. 더욱이 대표팀 감독 자리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만 바가지로 먹는 위치다. 신치용 감독은 “가능성이 충분한 데도 그 가능성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대표팀이 답답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한국배구가 남녀 동반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부분은 백 프로 ‘인재’다. 충분히 대처하고 수정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도 거의 방치하다시피했다. 선수들 잘못이 아니다. 선수 실력만 놓고 보면 미래가 암울하기보다 오히려 더 밝다. 대표팀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건 행정자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몇 차례 고사하다 장영달 회장의 거듭된 제안으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신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을 맡는 부분에 대해 불편한 시선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욕먹을 각오를 하고 사령탑 자리에 오른 건 한국배구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만큼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한 사람이 누가 있나. 우승도 열 번이나 해봤고 개인적인 명예도 이룬 만큼 이젠 한국 배구를 위해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협회의 무능력이 내 탓은 아니지 않나. 욕을 먹든 어쩌든, 이것도 내 운명이라고 믿는다. 이미 발을 담근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고개 숙이지도 않을 것이고 움츠러들지도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팀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날 비판하고 무능력하다고 손가락질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의향이 있다.”
장영달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 감독은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장 회장이 협회 회장으로 오면서 대표팀 감독에서 잘린 게 바로 나다. 그런 관계에 무슨 ‘애정’이 있었겠나. 알려진 대로 내가 우승팀 감독이고 대표팀 감독도 가장 많이 해봤으니까 장 회장 입장에선 신치용이라면 좀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난 그 마음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기자는 ‘신치용 감독만이 위기의 한국 배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내 입으로 말하면 ‘싸가지’ 없다고 하지 않겠나. 경험적인 부분에선 날 따라올 자가 없다. 내가 추구하는 배구 색깔이 확실하기 때문에 밀고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비판어린 시선은 좀 거두고 조용히 지켜봐 주길 바란다.”
문성민 신영수 김요한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대표팀에 대해선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삼성화재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팀을 이끄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른 팀의 선수들이 많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 감독은 “선수가 선수답지 못하고 대표팀이 대표팀 답지 못하면 존재할 필요성이 없다. 한눈 팔고 적당히 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대표팀을) 나가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굳이 그런 말 안 해도 내가 오니까 다들 ‘죽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전주에서 열리는 쿠바전(7월 12~13일)은 월드리그의 마지막 경기다. 그 경기서부턴 이전과 다른 대표팀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게 신 감독의 전략. 신 감독은 2010아시안게임 전까지 한국배구대표팀만의 ‘문화’를 새롭게 심어놓겠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