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수근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한참 후에 전화를 했던 것. 이전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정수근은 온데간데없고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풀 죽은 목소리가 많은 부분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정수근은 “사건 이후 며칠 동안 불면의 나날을 보냈다”면서 “내 실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것 같아 정말 면목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 팔자가 쉽게 사는 운명이 아닌 모양이다.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놔봐야 욕밖에 더 듣겠나. 롯데 팬들과 선수, 감독님, 그리고 야구계 전체에 죄송할 따름이다.”
정수근의 등번호는 8번이다. 전화 통화 중에 자신의 등번호를 거론한 정수근은 “8번이 오뚝이 모양 아닌가. 실수는 인정하고 죗값은 달게 받겠지만 야구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정수근은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혼과 재혼, 그리고 그 사이의 아들과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한없이 초라하고 못난 아빠로 비춰지는 부분도 못견뎌했다.
“내 실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그들이 받은 상처를 회복시켜주고 싶다. 세상도 알 만큼 알고 힘든 일도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난 진짜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보다. 정말 죄송하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