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8일 저녁, 새 둥지를 닮아 ‘냐오차오’라 불리는 주경기장이 각국 선수단과 관중들로 꽉 차 있다. 장이모우 감독이 총지휘한 개막식은 영화 같은 상상력이 실현된 한 편의 작품이었다. 연합뉴스 | ||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 주경기장 냐오차오다. 4만 5000톤의 철근 구조물 속에 9만 1000명의 관중석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단연 최고의 볼거리다.
커다란 새둥지 속에서 펼쳐지는 13억 5000명 중국 인구의 100년 염원이 개막식 행사로 펼쳐졌을 때 다시 한 번 감동과 감탄, 경악, 존경이라는 단어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무더위와 통제로 인한 취재의 불편함을 한번에 날려준 장이모우 감독의 대서사시가 개막식을 통해 드러나는 순간, 약 2년 반의 행사 준비 기간 동안 장이모우 총감독을 비롯해 6명의 감독들이 5000년 중국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걱정했던 날씨도 그들이 자랑하는 인공 강우 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주변에서만큼은 비가 내리질 않았다. 만약 비가 왔더라면. 글쎄다. 전구로 온몸을 감쌌던 공연자들뿐만 아니라 커다란 종이 위로 펼쳐졌던 무용수들의 먹물 퍼포먼스도 곤란하지 않았을까? 그린 올림픽, 과학 올림픽을 내세우는 중국 입장에서는 그들의 기술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절호의 찬스였을 것이다. 비가 내리지 않았어도 경기장 내의 열기는 그야말로 새둥지 가마솥과 같단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결국 식전 행사부터 6시간여의 냐오차오 안에서는 전 세계의 축제가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최종 성화 주자 리닝. 연합뉴스 | ||
그런가하면 성화 점화의 주인공이었던 체조영웅 리닝은 한 달 동안 밤마다 훈련을 했다고 한다. 체조 선수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40대 중반의 나이에 와이어 액션을 멋지게 소화해내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과정이 성화 점화 이후 바로 CCTV를 통해서 공개되었고 함께 사는 부인도 리닝이 성화 최종 점화 주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니 그들이 이번 성화 점화를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도 역대 올림픽 최종 주자 중에 가장 힘들게 점화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번 개막식 행사 내용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7년간 감옥에 간다는 얘기가 있었다. 설마 1만 명의 출연자와 스태프들 중 한두 명이라도 그 내용을 흘리지는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직은 사회주의체제의 잔재로 국민들이 국가의 지시를 잘 따른다고 한다.
이번 개막식을 지켜보면서 과연 인간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의 도전 정신만큼이나 창작력 또한 그 도전은 끝이 없구나 싶었다. 이웃 나라이고 우리에게 문화적 영향을 많이 끼친 나라이기도 한 중국!
이런 무더위 속에서, 이런 통제 속에서도 시민들이 크게 불평하지 않으며 동참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의 올림픽에 대한 염원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할 폐막식을 기다리는 설렘! 또 한번 큰 감동이 밀려올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베이징 IBC 방송센터=이은하
MBC 아이러브스포츠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