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직접 베이징을 방문해 개회식 등 각종 행사와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하고, 주요 경기장을 다니며 한국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에는 명승부가 연출됐던 여자 핸드볼 한국-러시아전을 찾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열띤 응원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8월 15일 건국 60주년 및 광복절 기념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태권도계에서 최태원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 고문을 맡아 공식적으로 체육계로 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경기단체나 IOC 위원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무성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내부에 정통한 A 씨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이 최근 GS와 SK에 후원을 요청했다. GS와는 협의가 잘 안됐고, 스포츠 투자에 적극적인 SK가 관심을 표시했다. 이런 과정에서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 하는 스폰서가 아니라 그룹 총수가 체육계에서 공식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방안이 도출됐다”고 소개했다. A 씨에 따르면 올림픽을 기준으로 4년 주기로 국내 체육계 임원이 재편성되는 관례에 따라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 최태원 회장과 SK가 태권도와 인연을 맺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재벌 오너가 체육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총수 개인의 이미지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활동 등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각종 크고 작은 체육단체의 회장을 경제인들이 대거 맡고 있다. 레슬링협회장을 지낸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1996년부터 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FIFA 부회장)도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스포츠행정가로 유명하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KPGA를, 윤세영 SBS 회장이 KBL을 거쳐 대한골프협회를 각각 맡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자랑인 양궁은 현대기아차의 정몽구(회장)-정의선(기아차 사장) 부자가 이끌고 있다. 가장 최근인 올림픽 직전에는 내분이 심했던 대한탁구협회의 회장 자리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앉았다.
SK는 2003년부터 조정남 SK텔레콤고문이 대한펜싱협회장을 이끌어오는 형태로 스포츠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같은 해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는 까닭에 다른 기업과는 달리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지 못했던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신일고 출신으로 시카고 유학시절 NBA 마니아였을 만큼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농구계에서는 SK 감독으로 최 회장과 신일고-고려대 동문인 김진 감독을 영입한 데도 최 회장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최태원 회장의 체육계 진출이 단순히 국내경기단체 고문으로 끝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다소 ‘격’에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태권도계 내부에서 대한태권도협회 고문을 통해 발판을 마련하고, 향후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로까지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WTF를 통해 IOC 등 국제 스포츠계에 이름을 알리고 향후에는 최고의 영예인 IOC 위원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