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환호하는 박태환. 연합뉴스. | ||
MBC 라디오 <이은하의 아이러브스포츠> 진행자인 이은하 씨가 올림픽 현장에서 직접 만난 두 선수에 대한 인터뷰 후일담을 소개한다.
금물살 가른 ‘국민동생’
쑥스러워 말도 잘 못하던 박태환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05년 울산 동아수영대회 때다. 키만 쑥 컸지 말투나 표정은 아이 같았던 태환이. 이후 전화번호도 주고받고 미니홈피 일촌도 맺고 쪽지도 보내며 누나 동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주말이면 ‘누나 나 방송국 구경 시켜줘요~’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그 또래 학생들처럼 연예인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그런 아이였다. 누나, 누나 하는 것이 귀여워 밥도 같이 먹고 방송국 스튜디오도 구경시켜주며 집에도 데려다 줬었던 태환이와의 짧은 인연!
그러다 태환이는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아시아를 제패하고 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까지 높였다. 그 이후로 태환이의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담팀이 생기고 광고도 찍고 너무나 바빠진 생활 탓에 가까이 접근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렇지만 멀리서 지켜만 봐도 서운하지 않고 오히려 뿌듯한 마음뿐이었다. 무엇보다 태환이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력은 몰라보게 성장했을지언정 그 나이에 연예인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교만해진 모습을 태환이한테선 찾아볼 수 없었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의 쑥스러운 듯한 밝은 미소를 띠며 ‘누나~’ 하고 편안히 불러준다.
이번 올림픽 현장에서 태환이의 아버지 박인호 씨를 자유형 400m 경기 직후에 만났다.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으로 부모들도 가위에 눌릴 지경이었다며 선수와 부모 모두 심한 압박감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태환이도 ‘경기 전까지만 해도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며 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설명했다.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금메달이라는 꿈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도전의 세계는 무한하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세운 세계 8관왕이란 신기록! 앞으로 4년 뒤 런던올림픽이 이미 태환이의 머릿속에는 그려지고 있지 않을까?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태환이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 없이 앞으로의 선수생활이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 건 여전히 그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누나의 마음이다.
세계에 떨친 ‘살인미소’
4년 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 이배영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아닌 불굴의 투혼으로 금메달보다 값진 미소를 온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경기 다음 날, 이배영을 따로 만났다. 아테네 올림픽 때에 이어 두 번째 그와의 데이트였다. 비록 그의 목에 메달이 없다는 것과 양쪽 다리에 수십 바늘 자국이 남아있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 이배영의 얼굴은 여전히 ‘살인미소’였다.
▲ ‘아름다운 패배’를 보여준 역도의 이배영. 연합뉴스. | ||
4년간의 피땀 어린 훈련과 노력의 결과가 ‘겨우’ 2시간 만에 끝나버린다는 것이 너무 허무하다는 것, 더군다나 평소 속 썩였던 손목이 아닌 종아리 부상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복병이었다고 한다.
이배영은 당시의 기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험공부 열심히 했는데 당일 시험지에 답안을 하나씩 밀려 쓴 기분이더라고요.”
어쨌든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죽을 힘을 다해 시도했고 마지막까지 바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밀려가는 바벨을 끌어당겨오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간절했다. 아무리 미소천사 이배영일지라도 3차시기 이후 내려오는 순간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중국인 자원 봉사자들이 옆에 와서 사인을 요청하고 기념 촬영을 하며 그에게 존경어린 시선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금메달 못지않은 올림픽 정신의 숭고함이 그들에게도 전해졌구나 싶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배영의 그 미소 속에 비치는 씁쓸함이라니….
시드니 올림픽에서 7위, 아테네 올림픽에서 2위, 그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실격! 하늘이 그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허락해주진 않았지만 세 번의 올림픽을 경험하는 동안 금메달보다 값진 인생의 큰 보약이 되어줄 것이다.
이배영은 앞으로 국제대회에는 나오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도자가 되든, 다른 어떤 일을 하든지 선수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다시 최고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무엇보다 같은 역도 선수 출신인 부인 시선희 씨와 세 살 난 아들 민혁이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베이징=MBC 라디오 아이러브스포츠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