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은 승엽이의 의지 덕분에 참가가 이뤄진 것이다. 2군에 있을 당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단 구단에 말을 잘 해서 올림픽 참가를 이뤄내고 싶어 했다. 승엽이의 목표는 한 가지였다.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애가 대표팀에서 제 역할을 못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나. 일본전이 끝나고 승엽이가 전화를 걸었더라. ‘장하다 내 아들’하고 말했더니 ‘어쩌다 맞은 것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래서 오늘은 맘껏 자랑해도 된다고 말해줬다.”
이 씨는 김경문 감독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일본전에서 이승엽이 두 번의 삼진에다 병살타까지 쳤는데도 이승엽을 빼지 않고 끝까지 기회를 준 부분에 대해선 존경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8회말에선 승엽이를 뺐을 것이다. 당연히 승엽이가 빠지고 대타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승엽이가 타석으로 걸어 나오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만약 승엽이가 안타라도 치지 못한다면 승엽이는 물론이고 김경문 감독까지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는 차마 경기를 못 보겠더라. 눈을 감고 있는데 갑자기 ‘쳤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 TV를 보니까 외야수에 공이 잡힐 듯하더니 담장을 넘어갔다. 내 자식이 드디어 해냈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 정말 마음 고생 많이 했을 텐데 이젠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 씨는 일본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그나마 유일한 위안이었다면 서스펜디드 경기로 열린 중국전에서 승부치기 끝에 이승엽이 결승타를 쳐준 일이었다고 한다.
“올림픽 동안에 몇 번 통화를 했는데 승엽이가 심적 부담은 커도 목소리는 밝고 쾌활했다. 워낙 팀 분위기가 좋은데다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것 같았다. 이런 기운을 가지고 요미우리에 복귀해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준결승전이 끝난 후 일본 요미우리 구단의 대변지인 <스포츠호치>가 이승엽이 팀에 복귀한 후엔 2군에서 시즌을 재개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데 대해 이춘광 씨는 “별로 신경 안 쓴다. 승엽이가 그런 여론에 흔들릴 애가 아니다”라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본전이 끝난 후 아들이 인터뷰하면서 눈물을 쏟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는 아버지는 8회말 2-2 동점 상황에서 터진 아들의 역전 투런 홈런포가 자신의 인생에 가장 잊지 못할 명장면일 것 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