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열린 코리안더비 대상경주에서 파워블레이드가 우승했다. 사진은 ‘파워블레이드’가 4월 3일 렛츠런파크부경에서 열린 KRA컵 마일(GII)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당초 이 경주는 빠른 말이 여러 두 있었기 때문에 파워블레이드의 선행은 어려워 보였다. 더군다나 파워블레이드는 선행보다는 선입이나 추입으로 좋은 성적을 내온 말이었다. 때문에 선두력이 좋은 서울의 10번 위너스글로리와 부경의 14번 토함산이 선행을 나설 것으로 예상됐었다. 여기에 게이트 이점을 안고 있는 1번 반지의제왕도 빠른 발을 갖고 있어 선행을 노린다면 초반 흐름의 변수 정도로 다들 분석했다.
문제는 당일 경주로 흐름이 너무 가벼웠다는 데 있었다. 7경주에서 그리 빠르지도 않은 말이 1400미터 경주를 1분 26초대로 뛰더니 8경주에선 1200미터 기록이 1분12초대로 나왔다. 가뜩이나 주로가 가벼운 상태에서 오후에 비까지 내리자 앞에서 얼마간 무리를 해도 막판까지 잘 뛰어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흐름이 대상경주에서 치열한 선행작전을 부른 것으로 보였다. 출발은 역시 앞서 거론한 말들이 조금 빨랐다. 그렇지만 파워블레이드의 김용근 기수는 진로를 바꾸는 약간의 반칙도 불사하면서 강력하게 말을 몰아붙였고, 그 서슬에 10번 위너스글로리의 김동수 기수가 잠시 망설였고 그 틈새를 김용근 기수가 잘 이용해 추월하면서 코너를 선점했다.
이 같은 기세를 3코너까지 이어갔다. 13번 월드챔피언이 파워블레이드 곁에까지 바짝 추격해 경합했고 1번과 10번도 계속해서 강하게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초·중반이 빨랐지만 경주로 사정을 의식했는지 거의 모든 기수들이 평소보다는 훨씬 빠른 페이스로 따라붙었다. 이는 종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경주에선 추입다운 추입을 한 마필이 없었다. 가장 좋은 라스트팔롱이 13.4초였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겠다. 후미에 있던 말들도 따라가느라 지친 셈이다.
3~4코너 지점에선 평소와 거의 비슷한 기록으로 통과했지만 앞선을 위협할 정도로 뛰쳐나오는 말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3번 스텔스가 최후미권에 있다가 이쿠야스 기수의 채찍으로 조금 가속을 하면서 중위권으로 올라왔고 사코너를 돌면서 연속 채찍으로 앞선을 따라잡는가 싶었는데 그뿐이었고 이내 힘이 다해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인코스 선입권에서 힘을 비축하며 안정적으로 뛰어온 4번 제타바이트는 4코너를 돌면서 힘을 발산하며 추월을 시도했지만 선두를 달리던 12번과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결승선이 눈앞에 보이자 파워블레이드의 걸음도 현저하게 둔화됐지만 스피드는 유지하는 걸음이었고, 4번도 비슷한 분위기. 주행의 안정감과 걸음 자체는 4번이 좀더 나아 거리를 좁힐 수도 있어 보였지만 스피드 자체는 차이가 없어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마인 파워블레이드의 주파기록은 1:52.1초. 4번 제타바이트가 3마신 뒤져 2위, 그 뒤를 3번 스텔라가 6마신 뒤져 3위를 차지했다. 서울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10번 위너스글로리는 4위. 초반에 약간의 방해를 당했던 1번 반지의제왕은 최적전개를 했는데 2위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5위로 밀려났다. 1위마와 꼴찌인 14위마 간의 주파기록은 8.7초였다.
올해도 여지없이 부경이 입상권을 휩쓸었고, 서울 경주마는 안방에서 또 참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김동수 기수의 작전은 조금 아쉬웠다. 레이스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계속 경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일반경주가 아닌 대상경주에선 김용근 기수처럼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고 본다. 아마도 위너스글로리가 강력하게 밀어주면서 선행을 고집했다면 레이스는 더 빨라졌을 것이고 위너스글로리 자체는 어쩌면 꼴찌를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주마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경주에선 정면승부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군다나 외곽의 추입마가 선행 승부수를 던질 정도로 주로가 가벼운 상황이라면 선행마는 ‘맞짱’을 뜨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한 전문가는 “서울에선 그런 경우 ‘맞짱’을 뜰 만큼 자신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훈련도 강하게 시키지 않는다며 기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지만 서울이 부경을 이기려면 이런 경우 과감하게 맞짱을 뜰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한편 이 경주에서 초중반에 우승마인 파워블레이드를 줄곧 괴롭혔던 13번 월드챔피언은 직선주로에서 뒤로 처지며 꼴찌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외곽에서 달렸던 14번 토함산은 초중반에 무리한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4코너를 돌고나선 주행을 거부하며 완주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파워블레이드는 강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 정도로 무리를 했는데도 막판까지 잘 버텨냈고 추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경주를 통해 파워블레이드는 선행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돼 앞으로 경주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임기응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안쪽에서 모래를 맞는 것만 검증이 된다면 주행습성은 자유마로 판단해도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완벽한 자유마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김시용 프리랜서
‘코리안더비’ 페이스 빨라진 까닭 문세영의 이유 있는 ‘오버’가 바로미터 됐다 같은 날 8경주로 치러진 1200미터 경주에선 문세영 기수가 럭키라이트에 기승해 1:12.2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도 이 경주가 직후에 벌어진 대상경주 작전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문세영 기수. 문세영 기수는 안쪽에 선행마가 즐비해 정상적으로는 선행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태였지만 선행을 나섰다. 럭키라이트는 마방에서 충분히 몸을 풀고 나왔음인지 주로입장 때부터 최상의 활기 찬 모습이었는데 출발신호와 동시에 뛰쳐나오면서 안쪽 선행마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컨디션이 좋으면 간혹 폭주하곤 해 오버페이스에 대한 우려를 샀지만 끝까지 선전하며 뒤늦게 쫓아온 9번 선봉을 3마신이나 따돌렸다. 초반 200미터는 13.1초였고, 3코너 통과타임이 23.6초, 4코너 통과타임은 40.5초였다. 평소라면 명백한 오버페이스였지만 주로가 워낙 가벼워 크게 무리가 가지 않았고, 이런 흐름은 바로 뒤에 치러진 코리안더비 대상경주에서 기수들에게 주로상태를 알려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