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일미(36). 2004년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래 그의 최고 성적은 2006년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3위다. 올시즌에는 10위권에 진입한 게 단 한 번뿐일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미국 무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10개월 만에 KLPGA투어 대회에 참가하느라 일시 귀국한 정일미는 강원도 정선에서 기자와 만나 ‘여자로서의 삶, 결혼, 이성’ 등을 외면하고 살면서까지 골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언젠가는 우승할 것 같다. (LPGA에서의) 우승은 내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우승은 꼭 해보고 싶다. 물론 신지애처럼 나이 어린 후배들이 LPGA 진출하기도 전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 잠시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미국 투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정일미는 LPGA에 한국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선후배 간의 위계 질서가 흔들린 면이 있었다며 LPGA 내 한국 선수들의 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애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가 진짜 훌륭한 선수로 평가받는 건 골프도 잘 치지만 훌륭한 매너와 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어린 선수들 중 몇몇은 ‘나만 잘하면 되지’하는 생각을 갖고 투어 생활을 한다. 그러다보면 일상 중에 선후배들끼리 부딪치는 일이 생긴다. (박)세리나 (강)수연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나이인데도 내가 연습하고 있으면 일부러 찾아와서 인사하고 간다. 우린 그렇게 배우면서 자랐다. 하지만 진짜 ‘요즘’ 애들 중 일부는 선배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행동을 한다.”
정일미는 LPGA에서 자신의 존재가 ‘사감 선생’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며 웃었다. 골프가 안 되고 생활 자체가 힘들 때는 다른 선수까지 신경 쓸 여유도 여력도 없지만 후배들이 골프만 잘 치는 게 아니라 좋은 인성을 갖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저런 간섭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속으론 내가 뭔가를 지적하거나 야단치는 부분을 못 마땅해 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설령 지금은 날 욕한다고 해도 나중에 그들이 선배가 되고 어른이 됐을 땐 내가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일미는 “예전엔 골프가 안될 듯 안될 듯하면서 됐는데 요즘은 될 듯 될 듯하면서 안된다. 이 차이가 굉장히 크다”며 현재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결혼은 안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LPGA에서의) 우승을 못하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로 우승에 대한 갈망을 표현해 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