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 3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막강한 선수와 맞붙는 최홍만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FEG Korea | ||
먼저 시기 문제다. K-1은 매년 월드그랑프리라는 최대 이벤트를 진행한다. 27일 서울 16강전에 불참할 경우 최대 흥행이 보장된 연말 8강 대회(파이널)에 진출할 수 없다. 물론 리저브매치에 출전해 부상선수가 나올 경우 극적으로 토너먼트에 합류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만을 믿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 16강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최홍만은 2008년을 이렇다 할 경기 없이 고스란히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수십억 원에 맺은 일본 K-1과의 계약, 그리고 최근 ‘절대강자’ 세미 슐츠의 독주로 마땅한 흥행카드가 없어 고심인 K-1의 이해도 최홍만의 조기출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K-1의 한국 프로모터인 양명규 T엔터테인먼트본부장은 “최홍만은 국내 안티 여론과는 달리 주관사인 일본FEG에서는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본FEG가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추성훈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최홍만은 좋은 선수를 발굴해 키워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최홍만의 경기에 대해서도 흥행성은 물론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요한 복귀전 상대로 강자를 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밑져야 본전인 장사’라는 논리를 들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해 만일 약한 상대를 고른다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술 후 3개월 만에 링에 올랐는데 약체한테 맥없이 무너지거나 졸전을 펼친다면 그때 쏟아지는 비난은 감수하기 힘든 수위가 될 것은 뻔하다. 이왕이면 지더라도 강자하고 붙어야 “워낙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동정론을 얻을 수 있고, 또 명승부를 펼치면 ‘무리한 출전’이라는 비난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K-1헤비급타이틀을 따내며 특급 파이터로 성장한 바다 하리가 맷집이 약한 반면 최홍만은 열세로 예상된 경기에서 선전을 펼쳐왔고 ‘강자에게 강하다’는 평가가 맞물려지고 있다. K-1의 다니가와 사다하루 대표는 “최홍만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최홍만의 외모를 비하한 바 있는 바다 하리는 이번에도 “최홍만은 크고 무거울 뿐 테크닉이 없다”고 독설을 퍼부으며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바다 하리는 197cm, 94kg의 좋은 체격에 잘생긴 마스크를 갖고 있고, 거친 입담으로 유명하다. 레이 세포, 페이토자 등 거물들을 물리치며 현 슈퍼 헤비급 챔피언인 세미 슐츠에게 맞설 유일한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8월 초 일찌감치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정도회관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최홍만은 최근 소속사 보도자료를 통해 “(바다 하리를) 한방으로 쓰러뜨리겠다. 그 한방은 펀치가 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최홍만은 바다 하리의 독설에 대해서는 “하리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만약 경기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면 인정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홍만은 보도자료를 통해 왼쪽 어깨에 자신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