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축구협회장. | ||
정 회장은 지난달 19일 축구협회 창립 75주년 기념행사 도중 “선거도 괜찮지만 명예롭게 새로운 분을 모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선거보다는 추대로 후임 회장을 ‘옹립’하자고 제안했는데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다. 단일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정심’ 업은 후보는?
최근 차기 축구협회장이 62세 동갑내기인 조중연 축구협회 부회장과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허 이사장이 출마의사를 굳히고 대권 도전 선언 시기를 조율하는 가운데 이른바 축구계의 ‘여권’이 ‘정심’을 등에 업은 조 부회장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는 것이다.
허 이사장이나 조 부회장은 이런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허 이사장 측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허 이사장이 언제쯤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선언을 할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고 조 부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축구협회 회장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즉답을 회피하면서도 “사람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며 관심이 있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 제3의 인물은?
정 회장이 2005년 1월 50대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공언한 뒤 후임 회장으로 여러 명이 거론됐다. 초대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위원장을 지낸 이홍구 전 총리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정 회장과의 사이가 각별한 명망가들은 물론 강성종 경기도축구협회장과 안종복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축구협회장은 정치인이나 재계인사보다는 축구인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회택 부회장의 이름도 나왔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중앙일보>에서 “정 회장이 자신의 후임으로 축구인 출신을 내정했다.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한 경력관리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부회장은 기사에 따른 파장이 크게 일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소문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모든 축구인이 추대한다면 차기 회장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축구협회장 도전을 공식화했다는 말이 돌자 이 부회장은 “축구계가 둘로 갈라져 시끄러우니까 그런 거 보기 싫어서 전체 축구인의 지지를 얻는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농담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 51대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선거가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회장 후보로 여러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중연 부회장, 이회택 부회장, 김정남 감독, 허승표 이사장. | ||
김 감독의 이름이 차기 협회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원만한 인간관계와 ‘야전’과 행정에서 모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화려한 경력 때문이다. K리그에서 200승을 돌파한 김 감독은 1993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돼 당시 신임 회장이던 정 회장을 4년 간 보좌했고 1994년부터 1998년까지는 아시아축구연맹 위원으로 활약했다.
울산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김 감독을 좋아한다. 적이 없을 정도로 성품이 온화하면서도 남에게 휘둘릴 정도로 연약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재 김 감독의 연봉은 1억 원대 초반으로 K리그 14개 구단 감독 중에서 가장 낮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정 회장이 김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 10월 중하순 후보 윤곽
조 부회장은 최근 “(정) 회장님이 이제 회장 자리를 축구인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정심’이 축구인에게 있음을 알렸다. 이어 “(나도) 일단 후보로 나설 대상에는 포함됐지만 아직 내부정리가 안 됐다”며 ‘여권’후보가 교통정리중임을 내비쳤다.
선거에 나설 여권후보는 이르면 이달 중하순께 나올 예정이다. 조 부회장은 “10월 15일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후에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며 이런 관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 선거는 시작됐다
적지 않은 축구인은 최근 실업축구 미포조선이 내년 시즌 K리그로 승격할 경우 연고지를 울산에서 광주로 옮길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깊은 뜻’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포조선의 실질적인 구단주인 정 회장이 ‘여권’의 회장 후보를 위해 호남 지역 대의원의 마음을 얻으려고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임기 4년의 축구협회장은 16개 시도협회장(7개 광역시·9개 도 협회장)과 축구협회 산하 7개 연맹 회장·축구협회장이 지명하는 5명의 중앙대의원 등 총 28명이 투표로 뽑는다. 단일후보일 때는 선거 없이 추대할 수 있다. 대의원 두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후보를 두고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회장을 뽑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 상위 득표자 두 명에 대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전광열 스포츠칸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