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바다 하리에게 기권패를 당한 최홍만. 연합뉴스 | ||
지난해 12월 31일 ‘60억분의 1’ 표도르와 경기를 펼친 최홍만은 이후 군 면제 판정, 뇌종양 수술 등으로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격적인 군 입대를 하면서 뇌종양 관련 진단서를 지참했고,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던 뇌종양 수술을 군 면제 판정 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최홍만은 정직하지 못하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최홍만도 할 말이 있다. 최홍만의 매니저와 소속사 측은 당시 <일요신문>에 “당당하게 군에 입대하고, 병역의 의무를 치를 생각이었다. 진단서를 가지고 들어간 것은 애초 병무청에서 그렇게 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수술도 워낙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 것이다. 무슨 얄팍한 수를 부린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최홍만의 해명은 그다지 효과가 있지 못했다.
파문은 9월 27일 시합에서 ‘어이없는 기권패’로 또다시 터져 나왔다. 최홍만은 서울에서 열린 ‘K-1월드그랑프리 파이널16’에서 K-1 신예강자 바다 하리(모로코)와 일전을 펼쳤다. 수술 후 채 석 달이 안 된 시점이었고, 상대가 워낙 강하다보니 무리한 출전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 경기에서 최홍만은 3라운드까지 무승부(세부 채점에서는 1-0으로 리드)를 기록한 후 연장전을 앞두고 돌연 기권을 선언했다. 다운을 한 차례 뺏기는 했지만 내용상 최홍만이 진 경기였고, 홈링에서 연장전을 앞두고 기권한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최홍만에 대한 악플은 이날 인터뷰 이후 또 다시 폭발했다. 경기 자체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지만 최홍만은 인터뷰에서 부상이 의심되는 오른쪽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전혀 이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권에 대해서는 “저를 걱정해주시는 많은 팬들을 위해, 그리고 다음 경기를 고려해서”라고 석연찮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바다 하리가 “링닥터로부터 최홍만의 늑골에 금이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공개하면서 최홍만의 이중성이 또 한번 심한 돌팔매질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10월 초 최홍만이 일본 훈련 기간 중 영화에 출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악플의 강도는 한층 강해졌다.
여기에도 최홍만이 억울해 할 만한 대목이 있다. 최홍만은 복귀전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강호 바다 하리에게 KO패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한 차례도 다운을 당하지 않았다. 실제로 다니가와 사다하루 FEG 대표는 경기 후 “많은 사람들이 최홍만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잘못된 대진이라며 비판했지만 오늘 경기는 최홍만이 그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된 최홍만의 미니홈피. | ||
어쨌든 해명은 잘 알려지지 않고 비난만 무성한 가운데 최홍만은 지난 10월 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죽고 싶다’ ‘떠나고 싶다’는 극한 표현으로 심적 고통을 호소해 큰 파문이 일었다. 최홍만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누가 내 맘을 알까? 속 마음을,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만 보구 시끄럽게 하고 ㅠㅠ.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조용히 떠나고 싶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아직 최진실 자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터라 파장은 컸다. 놀란 팬들의 댓글이 쇄도했고, 언론보도를 타면서 ‘악플에 고통받는 골리앗’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번졌다. 댓글은 주로 격려성이 많았지만 ‘공인이 자살과 관련된 글을 스스로 올려 이슈를 만든 것은 큰 잘못’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최홍만은 하루 만에 게시물을 삭제하고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소속사인 FEG코리아도 10일 “최홍만이 비판적인 여론에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은퇴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예정대로 12월 경기를 준비하는 등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최홍만에 대한 악플은 거의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공인으로, 그리고 더욱이 가장 격렬한 스포츠의 파이터인 까닭에 팬들의 관심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은 확실하다.
결국 최홍만에게 가장 아쉬운 것은 ‘소통의 부재’다. 큰 덩치에 비해 섬세하기로 유명한 최홍만은 지금까지 민감한 문제에 대해 회피하거나, 아니면 짜증스런 반응을 앞세우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스스로 증폭시키곤 했다. 한 격투기 전문가는 “어차피 최홍만이라는 존재 자체가 스포트라이트를 피할 수는 없다. 최홍만 본인과 소속사 차원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자선활동이나 팬미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