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프로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최근 두산 김경문 감독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WBC 사령탑은 우승팀 감독이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이 발언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달성한 김경문 감독은 WBC 감독을 또다시 맡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메달로 ‘국민 감독’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 WBC 때 행여나 성적이 나쁘면 좋았던 기억까지 깎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김경문 감독도 소속팀 성적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 아무래도 소속팀을 돌보기가 어렵다. WBC가 열리는 시기가 전훈캠프에서 팀을 가다듬는 시점이라는 것도 문제다. 불과 며칠 뒤 삼성 선동열 감독은 “하고 싶은 사람이 WBC 감독을 맡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고려대 선배인 김경문 감독의 의견에 약간 동조한 셈이다. 사실 감독 출신이면서 재야인사로 남아있는 야구인들 중에선 WBC 감독을 원하는 인물이 꽤 많다.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지자 이번엔 SK 김성근 감독이 “그래도 금메달을 딴 김경문 감독이 맡는 게 좋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재미있는 건 WBC 사령탑과 관련해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당초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참패를 당했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다시 한 번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또다시 망신당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소프트뱅크 감독 자리에서 은퇴한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대두됐다. 하지만 암수술을 받았던 오 사다하루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