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전 코치가 내년 K-리그 감독에 선임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은 올림픽 대표팀 코치 시절의 모습. | ||
선수로서 큰 족적을 남겼고 초보지도자로서 합격점을 받은 홍명보 전 코치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부분은 내년 시즌 K-리그 감독 부임설. 지난 10월 27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최근 떠도는 소문에 대한 해명성 자리였다. 홍 전 코치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 K-리그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절대 내년 시즌 K-리그 그라운드 벤치에 감독으로 앉아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훗날 한국축구를 짊어질 지도자가 될 만한 재목으로 손꼽히는 홍 전 코치는 그에 상응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행정가와 지도자를 넘나들며 부지런히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2002년 포항에서 은퇴한 뒤 미국 프로축구(MLS) LA 갤럭시로 이적한 것은 행정가의 기본 자질인 영어와 미국에서의 행정학 공부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2005년 역대 최연소로 대한축구협회 이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행정가의 길에 발을 내디뎠다. 6년째 해오고 있는 축구관련 자선사업 역시 행정가 홍명보의 밑거름이다. 2006 월드컵을 준비하는 아드보카트 사단에 합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핌 베어벡 감독까지 보필했다. 2008 올림픽을 맞아서는 어린 선수들을 길러내며 영역을 확대했다.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은 홍 전 코치의 인생 계획과 무관치 않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길을 가고 싶다. 사회에서 40대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축구만 해온 나로서는 이제 사회경험이 2~3년된 초년병이다. 행정가든 지도자든 나의 목표를 향해 좋은 경험이다. 지금은 여러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는 그가 차기 목표로 삼은 것은 분명히 프로팀 지도자다.
▲ 홍명보 전 코치는 히딩크 감독 이후 아드보카트, 베어백, 박성화 감독 밑에서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 ||
소문의 진원지로 꼽히는 쪽은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최근 몇 년간 김정남 감독과 매년 1년씩 재계약을 해온 울산은 언제든 감독 교체가 가능한 구단이다. 김정남 감독은 탁월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5시즌 우승을 비롯해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왔다. 하지만 K-리그의 빅4로 손꼽히는 구단의 위상에는 걸맞지 않았다. 수비에 치중한 경기패턴, 지지부진한 관중동원 등으로 고민해온 울산은 2009시즌을 앞두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수는 올시즌 성적이다. 프로 세계에서 우승팀 감독을 내보낼 명분은 약하다. 울산은 올시즌 전반기 부진을 딛고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울산이 3년만에 다시 우승컵을 든다면 울산 내부의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도 유력한 후보지로 손꼽힌다. 한국에서의 7시즌 전부를 보낸 포항은 홍 전 코치의 마음의 고향이다. 포항의 ‘레전드’로 지역 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기업인 포스코의 원로 사이에서도 홍 전 코치의 능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포항 역시 현 감독의 성적을 도외시할 수 없다.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올 여름경.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이 부진을 면치 못 하고 있던 시점이다. 현재 포항은 후반기 상승세로 접어들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고 K-리그 2연패 도전에 나섰다. 게다가 파리아스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시즌까지다. 홍 전 코치의 포항행은 내년 시즌 중반이나 가야 논의될 사항인 것이다.
장치혁 일간스포츠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