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름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병역문제. 입대는 곧 은퇴라며 정책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다. 사진은 동작구청 씨름단 선수들. | ||
“프로팀을 운영하던 기업들이 팀을 해체하면서 한 말이 ‘글로벌 시대에 뒤떨어진다’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글로벌 시대에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종목을 버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다른 종목처럼 부가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컸다.”
연수구청 씨름단 최근식 감독의 말이다. 프로팀의 빈자리가 크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프로팀 선수들의 부식 값은 한 달에 몇 천만 원대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관공서에 소속된 실업팀은 공무원 복리후생비 등으로 책정 받은 몇 백만 원이 고작이라는 것. 각 지방에서 시합이 열릴 때도 호텔이 아닌 3만~5만 원하는 여관에 묵는 것이 현실이다. 동작구청 최지환 감독 역시 “우리 팀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한 끼 식대가 8000원이지만 다른 지방팀은 5000원 정도다”며 “프로팀인 현대가 1만 2000~1만 5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체력보충이 생명인 선수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계약금과 연봉 면에 있어서도 좋은 선수를 키워내기 힘든 실정이다. 3년 계약인 관공서는 1억~1억 5000만 원 정도의 계약금을 내걸지만 프로팀은 2억~3억 원을 제시하기 때문에 좋은 선수를 붙잡기가 힘들다는 것. 연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소속이라 원래는 호봉제인데 평생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연봉제로 봉급을 받는 실업팀 선수들의 현 연봉은 프로팀에 있었을 때의 3분의 1, 4분의 1 정도다. 최근식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6000만 원 정도다. 프로팀 때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 최근식 감독(왼쪽)과 최지환 감독. | ||
동작구청의 장성복(28) 역시 “이만기 강호동 선배님을 능가할 스타급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시합을 해도 보도가 되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스타가 나올 수 있겠나. 스타는 언론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더욱이 국내 스포츠뿐 아니라 외국의 이종격투기, 프리미어리그 등 국내 선수가 활약하는 외국경기 등까지 포진해 있는 터라 씨름이 각광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씨름계 내에서도 부활을 위한 노력의 움직임이 있을 법도 한데 모두들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씨름대회를 네 차례 중계한 KBS가 내년부터 8개 대회를 중계하겠다고 나섰을 뿐 아니라 신생프로팀이 생겨날 조짐도 보이고 있는 것. 씨름선수들은 “프로팀이 생기면 씨름선수의 수요가 원활해지면서 선수들이 정체되어 있던 실업팀 및 대학팀도 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들 역시 “사실 평일 대낮에 방송되는 씨름대회의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으로 봐서 아직 인기는 꺼지지 않았다고 본다”며 “프로팀이 없어 오히려 선수들의 실력 및 저변이 확대됐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