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LPGA의 인터내셔널 담당 선수이사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일미 | ||
만 정일미는 낙선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과정에서 헬렌 알프레드손의 갑작스런 출마로 대변되는 서양선수들의 한국세에 대한 견제, 한국선수들의 비협조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과 함께 미LPGA의 ‘반한파 선수’들이 누구인지 살펴봤다.
# 서양선수들의 반격
지난 <일요신문>(10월 19일자 857호)에 ‘맏언니’ 정일미(36)가 미LPGA의 신설된 인터내셔널 담당 선수이사에 출마, 당선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정일미는 낙선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과정에서 헬렌 알프레드손의 갑작스런 출마로 대변되는 서양선수들의 한국세에 대한 견제, 한국선수들의 비협조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과 함께 미LPGA의 ‘반한파 선수’들이 누구인지 살펴봤다.
지난 10월 15일(한국시간) 카팔루아LPGA클래식이 열리던 하와이 마우이섬의 카팔루아리조트. 인터내셔널 선수이사를 뽑는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졌다. 캐롤린 비벤스 LPGA커미셔너로부터 출마를 권유받았던 정일미가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리 맥케이(스코틀랜드), 미셸 엘리스(호주) 등이 선수이사의 꿈을 접었다. 당연히 정일미의 단독 입후보가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강력한 다크호스가 현장에서 갑자기 후보등록을 했다. 바로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이었다.
▲ 이번에 당선된 헬렌 알프레드손. | ||
강력한 상대가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암울한 것도 아니었다. 2008년 미LPGA의 풀시드권자는 모두 158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투표에 참여하는 선수는 120명선이다. 이중 한국선수(한국계 포함)는 35명이 넘는다(투표권이 없는 조건부출전자를 포함하면 한국은 45명). 여기에 대만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선수를 포함하면 40%에 달한다. 즉,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선수만 모두 투표하고, 여기에 대인관계가 좋은 정일미와 친한 서양선수들이 조금만 돕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정일미는 졌다. 상세한 득표수가 공개되지 않은 까닭에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투표율이 저조했고, 오히려 정일미를 찍은 외국선수들의 표가 30표 이상 나왔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즉 그만큼 한국선수들의 표 응집력이 거의 발휘되지 않았던 것이다. 카팔루아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인터넷 투표가 가능했는데 한국선수들이 힘을 한데 모으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 '두 얼굴' 의 선수들
카팔루야LPGA클래식 때 선거와는 별도로 전체 선수미팅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비벤스 커미셔너는 ‘영어 의무화 소동’과 관련해 선수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고, 이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선수들이 말을 아낀 반면 줄리 잉스터 같은 대선수는 “만약 당신(비벤스)이 외국에 나갔을 때 당신에게 그 나라말을 못하면 안 되니 반드시 그 나라말을 배우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라고 매섭게 따져 물었고 비벤스는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 크리스티 커(왼쪽) , 캐리 웹 | ||
대표적인 선수가 미국의 크리스티 커다. 커는 카팔루야 선수미팅 때 대부분의 선수들이 미LPGA사무국의 영어의무화 방침 소동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비벤스 커미셔너를 지지했다. 즉 한국선수들에 대반 반감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커 외에도 한국기업의 스폰서십을 받는 A 선수, 한때 미LGPA 최고의 선수였으나 한국선수들에게 밀려난 캐리 웹 등은 대표적인 반한파 선수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이런 선수들을 한국대회에 비싼 초청료를 지불하며 ‘모시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예컨대 커는 지난해 한 한국대회에 자신이 여태껏 받아본 적이 없는 거액의 초청료를 받고 참가했다.
이러니 미LPGA의 한국선수들은 속이 터지는 것이다. 미LPGA의 한 고참선수는 “실상을 모르고 한국에서 반한파 선수를 초청하고, 또 심지어 한국기업이 직접 후원을 하기도 하니 정말이지 화가 난다. 그렇다고 선수가 이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