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세론에 맞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이제는 그냥 쳐다보기만 할 수는 없는 입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세론’에 대한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견제가 서서히 본격화되면서 이제 대권경쟁은 새로운 장에 들어서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이 대선까지 가리라는 보장이 있느냐.”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최근 하락한 지지율에 대해 이와 같은 단호한 입장을 내보였다. 이 말속에는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는 듯 느껴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보여줄 프로젝트가 무궁무진하다”며 현재의 지지율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반응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렇듯 여유로운 입장을 내보이고 있지만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최근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두 사람의 레이스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먼저 11월 1일 <중앙일보> 풍향계의 차기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전 시장(32.8%)은 박 전 대표(23.7%)를 9.1%나 앞섰다. 이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지난 9월 13일 이후 계속해서 박 전 대표를 누르고 있으며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다른 조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0월 30일과 31일 실시된 CBS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4.5%를 기록해 박 전 대표(23.5%)를 11%나 앞섰다.
손학규 전 지사의 지지율 역시 답보 상태. 지난 1차 민심대장정 직후 ‘마의 5%대’를 넘어 서 큰 기대를 걸게 했으나 이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CBS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지난 10월 16~19일 6.3%로 깜짝 반등한 이후 다시 5% 아래로 추락했다. 11월 1일 <중앙일보>의 풍향계 조사에서도 고작 3.3% 기록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최근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하나의 ‘대세론’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손 전 지사뿐 아니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지난 몇 달 동안 ‘조용히’ 지내왔던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 전 시장이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언론에 수차례 노출돼 왔던 것에 반해 박 전 대표는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활동을 자제해 왔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 6월 당 대표직을 물러난 뒤 5개월여 동안 다른 두 주자들에 비해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지지율이 다소 떨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지지율이란 것은 흐름이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내용에 따라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못 박았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세론이 이대로 굳어질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박 전 대표는 최근 이른바 ‘5개월 콘텐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의 이정현 특보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으며 토론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당 지도자로서가 아니라 이젠 국가 지도자로서의 국가비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전 대표의 최근 스케줄은 점심, 저녁 식사 일정은 물론 자투리 시간까지 전문가 그룹과 만나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언론에서 ‘북핵 사태 이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공보특보는 “위기관리 능력, 특히 외교 분야에 대해서라면 박 전 대표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본다. 지난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해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을 한 일도 있지 않나. 야당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본의 지도자들과 만나오며 외교라인을 굳건히 다져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서초포럼 초청강연에서 “지금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대북특사 요청이 있을 경우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건설’을 겨냥하며) 대한민국이 토목공사 하나 잘 한다고 잘 사는 것 아니다. 운하를 만든다고 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손학규 전 지사 역시 이 전 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수요포럼 강연에서 “개발독재로 돌아갈 순 없다”며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은 것.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2차 민심 대장정’을 통해 ‘표심 얻기’에 새로이 도전하는 그는 이번에 10%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2차 민심대장정’에서 전국 16개 시·도를 순회하며 각 지역 공무원, 전문가들과 만나 민생해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명박 대세론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시장에게 아킬레스건이 많아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으며 박 전 대표가 새로운 이슈를 들고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새로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 경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속내는 따로 있을 것”이라며 “이 전 시장과 7개월 후에 있을 경선에서 맞붙기 위해 본격 경쟁에 앞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또 다른 시각이 눈길을 끈다. 즉 박 전 대표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그 표들이 손 전 지사에게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주로 손 전 지사 측근 사이에 떠도는 이런 시각은 박 전 대표의 표가 그대로 이 전 시장에게 몰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기인하고 있다. 대권주자들 중 누구보다 ‘콘텐츠가 많다’고 평가받는 점이 박 전 대표와 비교될 뿐 아니라 당내 ‘반MB’ 인사들과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손 전 지사에 대한 결집력이 커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최대의 관심은 과연 ‘이명박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각 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질수록 그에 대한 변수도 다양해질 것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