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사진제공=SBS (왼쪽), 아사다 마오. 로이터/뉴시스 | ||
“마오는 특별한 선수고 나는 평범하다.” 2005년 3월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와 처음 만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점프)을 본 후 자신도 트리플 악셀을 마스터하겠다며 한 말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7년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가 있어줬기 때문에 지금의 (더 발전한) 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서로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상대를 보며 성장해왔다.
라이벌인 동시에 친구 사이인 둘은 2005년부터 엇비슷하게 키가 자라고 있기도 하다. 김연아는 163cm의 키에 43kg의 체중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사다 마오 역시 163cm, 45kg이다. 둘 모두 얼굴이 작고 팔, 다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에 비해 살이 좀 더 붙은 편인데다 김연아는 팔, 다리가 마오보다 조금 더 길어 연기를 할 때 더욱 여성스럽고 날렵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생일도 9월로 비슷하다.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보다 20일 빠른 1990년 9월 5일에 태어났다. 또한 둘 다 친언니와 함께 스케이트를 배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그들이 키우는 애완견 덕도 있다. 아사다 마오는 ‘에아로’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으며, 김연아는 ‘토토’와 ‘하늘’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 그래서 간혹 영어로 대화할 때 애완견의 안부가 오간다는 것.
하지만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성장해 온 환경은 전혀 다르다. 김연아는 여섯 살 때, 아사다 마오는 다섯 살 때 집 근처 아이스링크에 놀러 갔다가 스케이트를 배우게 됐는데 일본과 한국의 스케이트 환경은 너무도 달랐다.
일본은 여성 피겨선수로서 처음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이토 미도리 덕분에 일본 전역에 ‘얼음 태풍’이 불었다. 이 영향 덕에 아사다 마오는 스케이트를 시작한 3년 후인 여덟 살에 3회전 점프를 마스터한 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트리플 악셀 점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여자선수로서 주목을 받았다. 어릴 적에 새벽 4시부터 자신이 소속된 클럽에서 링크를 대관해줘 하루 종일 스케이트를 타며 자랐다.
그에 비해 김연아는 힘겹게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케이스다. 여섯 살 때 집 근처의 과천시민회관 아이스링크에서 첫 발을 뗐던 김연아는 재능이 뛰어나 ‘피겨 신동’으로 불렸다. 워낙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중학생을 누르고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피겨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선수를 위해 제대로 갖춰진 빙상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선수에게 가장 민감한 스케이트화를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변변치 않았던 것.
가장 큰 문제는 스케이트화였다. 새 스케이트화를 사도 2주면 구겨져 발목을 압박하는 통에 힘들었을 뿐더러 키가 크기 시작하면서 발목과 날의 중심점이 달라져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스케이트화 때문에 입은 잦은 발목부상이 허리 디스크로 이어졌고 은퇴를 고려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었다. 결국 팬클럽 회원들이 찾아낸 일본의 스케이트화 전문가를 찾아갔는데 이는 김연아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계기가 됐다. 그때까지 김연아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사용하는 일반 날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더욱이 240mm로 알고 있던 발 사이즈가 243mm였다는 것을 알게 된 김연아는 “끈 묶는 방법도 틀렸던 것 같다”며 재도약을 다짐하기도 했다.
18세의 소녀들은 시합 전 메이크업도 스스로 한다. 둘 모두 동양인인 데다 눈이 크지 않은 편이라 눈 화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 아사다 마오는 “다른 화장은 내가 해도 아이라인만큼은 어머니가 그려준다”며 “눈꼬리가 처져서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연아 역시 “관객이나 심사위원들이 멀리서 보기 때문에 눈 화장이 중요하다”며 “화장은 스스로 하는데 쌍꺼풀이 없는 눈이라 아무리 두껍게 그려도 눈을 뜨면 잘 보이지 않아서 아래 위로 두껍게 그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김연아는 어릴 때는 내성적 성격이었지만 심지가 굳어 대회에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사다 마오는 평소에는 웃는 얼굴이라도 불안하거나 긴장하면 바로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예민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둘의 대회장 밖의 모습은 어떨까. 아사다 마오는 스테이크, 한국 불고기 등 고기류를 굉장히 좋아하며 평소 후드티셔츠나 가벼운 티셔츠 등으로 학생다운 모습의 의상을 입는다. 이에 반해 김연아는 고기보다는 빵을 좋아한다고. 평소 후드티셔츠 및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지만 어깨선이 보이는 티로 여성성을 강조하는 옷도 즐겨 입는다.
지난해 일본에서 둘이 함께한 토크쇼에서 모두 “연애하고 싶다”며 “올림픽 우승 후 평범한 소녀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속내를 밝힌 바 있는데 아사다 마오는 “재밌으면서 멋진 사람”을 원했고, 김연아는 “외모와 성격이 남자다운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기도 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그야말로 세기의 라이벌인 두 사람은 각자의 나라에서 ‘국민여동생’, ‘마오짱’으로 불리며 톱스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출연한 광고도 많다.
김연아는 냉장고, 생수, 우유, 교복, 세제, 은행, 제과, 유명 스포츠 브랜드 등 수많은 광고를 찍으며 CF퀸이 됐다. 김연아의 CF 수가 급속히 늘어나자 ‘아침에 일어나 디오스냉장고에서 매일우유를 한 잔 꺼내 마시고 나이키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조깅한다.아이비클럽의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한 뒤 국민은행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와 샤프란 섬유유연제를 넣고 빨래를 한다’는 패러디가 나왔을 정도다. 더욱이 내년 초 화장품 광고 모델로도 활동할 예정이라 성숙한 숙녀의 모습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사다 마오 역시 어릴 적부터 유명했던 만큼 수많은 CF를 찍었는데 김연아와 달리 일찌감치 화장품 모델로 나선 바 있으며 카메라, 제지, 샴푸, 칫솔 등의 광고에 출연했다.
“연기의 마지막에 짓는 미소에 자신 있다”고 말하는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와 오는 12일과 13일, 고양에서 펼쳐지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 다 멋진 연기와 함께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줄 테지만 승자의 미소를 짓는 이가 누구일지 기대해본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