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은 이야기다. A는 아마추어시절 국가대표 선수였고, 한국과 일본의 프로투어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실력만큼 성적을 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확실한 정상급 골퍼다. 몇 년 전 결혼을 한 A는 동계훈련을 겸해 남편과 함께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남편의 친구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왔다’. 남편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고수들.
남편의 친구들은 진지하게 내기골프를 제안했다. 한 타당 적지 않은 단위로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는 것이었다. A는 몇 차례 거절을 했지만 남편 친구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남편을 들볶는 탓에 보다 못한 A는 기분이 상한 것을 숨긴 채 ‘라운드 후 다른 소리 하기 없기’라는 단서를 붙여 아마추어 길들이기에 나섰다. 결과는 당연히 남편 친구들의 참패. A는 한나절 동안 일체의 여행경비를 치르고도 남을 정도로 제법 큰 액수의 돈을 땄다. “남편 친구들 정말 고맙지 않아요? 도와줄 거면 그냥 봉투로 주면 될 것을, 제가 안 받을까봐 일부러 내기를 걸어 돈을 잃어주지 뭡니까?” 남편 친구들은 다음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건 좀 오래전 일화다. 한국여자골프를 빛낸 슈퍼스타 중 한 명인 B는 겨울철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했다. 역시 작은 체구지만 워낙 유명한 선수인 까닭에 아마추어가 함부로 내기를 걸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은 골프의 천국인 만큼 아마추어 강자도 많다. 교민 중에 제법 성공한 한 사업가는 아마추어에서는 상대를 찾기 힘들자 여자프로와 대결해 이기는 신화에 꼭 한 번 도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인을 통해 B에게 정중히 ‘진검 승부’를 요청했다. 물론 B는 거절했다. 하지만 교민의 부탁이 워낙 진지한 까닭에 결국 날을 잡아 라운딩에 나섰다. B는 정말이지 버릇을 고쳐놔야겠다고 작심했고, 교묘하게 타수를 조절해가며 교민 고수의 승부근성을 자극했다. 판돈은 점점 커졌고, 결국 이 교민은 무려 3만 달러를 잃었다. 경기 후 B는 딱 한마디를 던졌다고 한다. “그러게 프로에게 함부로 덤비는 게 아닙니다”라고.
끝으로 아주 흥미로운 내기골프도 하나 소개한다. 여자프로들을 잘 후원하기로 유명한 모기업의 회장은 가끔 자신의 골프장에 한국 최고의 여자프로들을 초청해 가끔 내기골프를 즐긴다. 그런데 이 내기골프는 질이 좀 다르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라운딩을 하면 레슨에 대해 사례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직접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골프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또 프로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따라서 라운딩 후 일상적인 봉투를 건네면 프로들이 사양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시작부터 승산이 없는 내기골프로 라운딩에 나서는 것이다. 단위도 제법 커서 18홀을 마치면 이 회장은 동반한 선수들에게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크게는 10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돈을 잃는다. 아끼는 프로들에게 이런 식으로 용돈(후원금)을 주는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광고카피처럼 ‘프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