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박 파문은 처음엔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을 만큼 검찰 쪽에선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인들이 인터넷 도박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옳은 일은 아니었지만, 각종 흉악무도한 사건에 수백억대 사기 사건을 다루는 검찰 입장에선 수백만 원에서 최대 3억 원 정도 판돈이 오간 인터넷 도박 사건을 심각하게 다룰 생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12월 초 한 종합일간지에서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뒤 눈덩이 굴러가듯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야구 선수 10여 명이 인터넷 도박에 관련됐고 주로 S 구단 선수들이다’라는 정도로 보도됐다. 이후 다른 언론이 보도에 속속 동참하면서 사건이 점점 확대됐는데 그 결과 ‘16명이 관련됐고 삼성 선수만 13명’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선수가 관련된 삼성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검찰에서 구체적인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삼성 구단은 선수들 전원에게 “혹시 인터넷 도박을 했나”라고 물어보며 자체 조사에 나서는 방법밖엔 없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주요 선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주로 어린 선수들이 관련돼 있는 것 같다”고만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부만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일 “도박을 한 프로야구 선수 전체가 입건돼 조사를 받는 게 아니라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입금한 금액과 도박 기간 및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건될 가능성이 다분한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전체 대상자 가운데 적어도 1억 원 이상을 도박업자에게 보낸 3~4명을 소환조사한 뒤 형사처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억 원을 판돈으로 쓴 선수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대부분 팬들은 처음에는 고액연봉 선수들을 주로 의심했다. 이 때문에 연봉이 높은 베테랑 선수들이 사건 초반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실제 몇몇 언론에선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도록 특정 선수를 연상시키는 이니셜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결국 오보임이 밝혀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고액 연봉의 베테랑 선수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연봉이 그리 높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선수들이 어떻게 억대 도박 자금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선수들 사정에 밝은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이른바 ‘판돈’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도박 사건 때 검찰이 발표하는 ‘판돈’은 ‘도박 자금’과는 다른 성격이다. 이번 경우 예를 들면 최초 1000만 원을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송금시켰던 선수가 있다고 치자. 돈을 따고 잃는 과정에서 다시 입금을 받았다가, 또 송금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게 되는데 이때 움직인 돈의 합계가 결국 판돈으로 취급된다는 설명이다. 일반 도박 사건도 마찬가지다. 일인당 도박 자금 500만 원씩 들고 시작한 불법 고스톱 도박판이라 해도 며칠간 노름을 했느냐에 따라 판돈은 몇 억 원으로 계산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검찰 쪽 분위기상 이번 선수 도박 파문은 프로야구 존립 문제를 뒤흔들 만큼 일파만파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의 도박 문화 혹은 형사사건 성립 요건을 감안했을 때 관련 선수 대부분은 소액 도박에 그쳤다는 판단인 듯하다. 최종 처벌 대상자를 제외하면 해당 구단에 명단도 통보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걸로 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포츠 선수들의 도박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건 어떤 형태로든 프로야구에 번져있는 도박 문화가 근절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원정 숙소인 호텔방에서, 전지훈련지 등에서 대수롭지 않게 행해지는 선수들간의 고스톱, 포커 등 도박 문화들도 건전한 여가문화로 바뀔 수 있도록 구단과 선수들의 근절 노력이 필요하다.
정진구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