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7종 7금
소개하는 바둑은 이세돌-황이중 간의 제2국. 흑을 든 황 7단은 처음부터 부지런히 실리로 달렸다. 중반 초입, 바둑이 엷어졌다. 이세돌의 공격이 시작됐다.
<1도>가 공격 개시의 장면. 과연 집은 흑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약한 말이 많다. 우선 우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간 흑 대마가 미생이고 좌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흑의 군단도 포위돼 있다. 그리고 도처에 백의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보인다. 심상치 않다. 집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흑은 다시 상변 1로 또 실리를 챙긴다. 이것도 승부다. 중앙 좌우의 흑대마가 미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것이므로. 여기서부터 공격과 전투의 달인 이세돌이 작전을 개시하는데, 주목할 것은 오늘 이세돌이 보여준 것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신랄-격렬한 수법이 아니었다는 점. 오늘은 이세돌이 대마를 향해 독수를 날리지 않았다. 대마를 잡으러가는 듯 재빠르게 나아가는가 하다가도 드디어 잡는구나 하는 순간에는 부드럽게 물러났다. 신축자재(伸縮自在). 몇 번이나 그랬다. 이세돌은 그저 두 대마의 고삐를 놓치지만 않은 채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백2로 퇴로를 차단하며 위협사격. 흑3으로 피하자 백4, 일단 집으로 돌며 두고 보겠다고 한다. 흑5도 실리.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것. 흑5로는 흑A, 백B를 교환하고 흑6으로 지켜두는 것이 온당했다는 것인데, 어쨌든 그렇다면 백6, 다시 묻는다.
<2도>흑1~7을 보고 검토실에서는 이거 흑 대마가 잡히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이 9단은 손길을 멈췄다. 저 멀리로 가 백8, 10으로 후방을 다져놓고는 12, 이번에는 왼쪽 흑에게 물었다.
<3도> 흑은 1부터 13까지 달아났다. 흑이 둔 것은 전부 공배이고 모양도 아주 사납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백14. 그러면 그렇지. 드디어, 이제는 더 못 참고 잡으러 가는구나!
<4도> 흑은 1로 하나 나가 보고 3을 선수한 후 5로 막았다. 그래봤자 백6이면 오궁도화. 관전자들은 다음은 백A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걸로 흑 대마는 함몰이다. 흑B로 더 나가봤자 백C로 계속 늦추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이 9단은 여기서도 백8로 다시 손길을 거두었다. 흑1 때 백B로 막는 것은 위험하다. 흑D가 선수고, 흑E로 끊는 수가 있다.
<5도> 백이 칼을 거두자 흑은 1, 3의 선수로 시간을 벌고 체면을 차린 후 5로 살았다. 살았으나 이런 건 굴욕이며, 살았어도 백A로 여기가 뚫리면 그걸로도 흑은 진다. 지금까지 벌어 놓았던 실리는 다 부질없어졌다. 그러나 백은 A도 보류하고 하변 6으로 달린다.
<6도>는 흑이 쓰러지는 장면. 하변 흑1~백4에서 흑은 우변을 5로 지켰으나 이번에는 백8이 또 기다리고 있다. 좌상귀 쪽 흑9. 던질 곳을 찾은 것. 더 버티는 것은 괴롭고 지겨운 일. 백10, 12를 거쳐 16까지 두자 이쪽 흑이 잡혔고 황 7단은 돌을 거두었다. 흑9로 10의 자리나 11의 자리에 두어 이쪽을 연결해도 백이 좌상 쪽을 손대면 어차피 집 부족. 황 7단은 처음부터 집으로 달렸는데, 집으로 지는 형세가 되고 말았던 것.
어쨌거나 오늘 이세돌은 흑 대마를 몇 번 잡고, 몇 번 풀어준 걸까. 7종7금. “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길로 가고 있다. 기량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바둑의 인터넷 해설자 최명훈 9단의 말이다.
세계바둑대회에서 이창호와 이세돌이 ‘일당백’의 기세로 선전하고 있다. 춘란배에서 8강 때부터 혼자였던 이창호는 중국기사들을 모조리 꺾고 결승에 올랐고, 삼성화재배에서도 중국 기사가 3명이나 4강에 올랐지만 한국 기사로는 혼자 남은 이세돌의 우승이 점쳐지고 있다. 가히 한국 바둑을 이끌고 있는 무적의 쌍두마차라 할 만하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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