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간판 마라토너 이봉주가 2009년 은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2007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할 때의 모습. 사진제공=동아일보 | ||
동아마라톤은 이봉주와 인연이 깊다. 2009년까지 포함하면 모두 9회로 이봉주가 가장 많이 뛰었던 대회.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 1991년 이 대회였고 지금까지 두 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95년 첫 우승으로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났고 올림픽선발전을 겸해 열렸던 1996년에는 황영조가 중도 포기한 사이 국내 우승(2위)을 차지해 올림픽 은메달의 쾌거를 예고했다. 그리고 2007년 감동의 역전드라마를 연출할 때 기록한 2시간8분04초는 지금까지도 한국선수가 한국 땅에서 세운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현재 제주를 거쳐 전남 장흥에서 동계훈련 중인 이봉주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2009년 두 차례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데 꼭 동아마라톤은 뛰고 싶었다. 가장 많이 뛴 까닭에 코스에 익숙하고,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시차적응 등의 문제없이 편하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대충 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우승은 물론이고 한국기록까지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4번째 올림픽 도전인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28위로 부진했다. 삼성전자와의 계약도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가 채 성장하지 못했고 자신도 마흔 살에 40번째 완주를 채워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에서 2009년을 위한 1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 ◇이봉주 동아마라톤 역대 기록 | ||
그렇다고 이봉주의 목표가 단순한 완주 횟수 늘리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동아대회를 택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봉주를 지도하고 있는 오인환 삼성전자육상단 감독도 “동아대회의 서울 코스는 날씨만 좋다면 충분히 한국기록 경신도 노릴 수 있을 만큼 코스가 좋다. 이봉주는 2007년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2시간8분4초라는 좋은 기록을 낸 바 있다. 결코 완주 횟수만 늘리는 대회출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봉주 스스로 ‘어게인(again) 2007’을 다짐하며 나이 마흔의 기적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봉달이의 마지막 레이스는 어떻게 될까. 이봉주는 대회 명칭에 ‘이봉주 은퇴경기’라는 수식어가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가을 국내 마라톤대회는 3개가 있다. 서울 중앙일보대회, 춘천 조선일보대회, 경주 동아일보대회가 그것이다. 대회 규모와 전통은 춘천대회가 좋고, 코스와 흥행 등 상징성은 서울대회가 더 낫다. 경주는 예전 동아마라톤코스로 이봉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고, 오히려 두 대회에서 비해 대회규모가 작다는 것이 ‘이봉주 은퇴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육상단의 조덕호 사무국장은 “은퇴대회는 최종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 춘천, 경주 세 곳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봉주 선수는 물론이고, 대회 주최 측과 충분히 의논해 이봉주 은퇴대회라는 의미에 걸맞은 행사로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