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희 코치(왼), 김승기 코치 | ||
동부는 국내 10개 구단 중 코칭스태프의 팀워크가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 다른 팀의 경우 감독이 코치를 견제하고, 코치는 감독의 눈치만 보는 볼썽사나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지만 동부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일단 전 감독에 대한 두 코치의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다. 4시즌째 전 감독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강 코치는 “다른 팀에서 지도자생활을 해도 지금처럼 잘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어려웠을 것이다. 창진이 형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게 많다. 인간적으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기 코치도 “많이 좋아졌지만 얼마 전 감독님 건강이 안 좋을 때 아주 힘들었다. 그렇게 성격 좋으신 분이 아예 말이 없고, 의욕이 없으니까 답답하기만 했다. 연습경기 때는 동희 형과 내게 벤치를 맡기고 관중석으로 올라가 경기를 보기도 했다. 이때 전 감독님의 진가를 알게 됐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주는 지도자임에는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두 코치는 “전 감독이 자신들을 ‘정화’시켜줬다”라는 표현을 썼다.
즉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두 사람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 밑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김주성 | ||
‘좌동희-우승기’에 대한 전창진 감독의 배려도 야무지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전 감독은 “가까운 미래에 강동희 코치에게 동부의 감독직을 물려주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결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고려대 출신이고, 강동희 김승기 코치는 중앙대의 핵심 OB멤버다. 감독은 선수시절 농구를 잘하지 못했지만 코치들은 코트를 주름잡았다. 김 코치가 전 감독의 새까만 용산고 후배라는 것과 세 명의 몸무게가 모두 100㎏ 근방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공통점은 많지 않다. 결국 이들이 이렇게 엄청난 하모니를 연출하는 원동력에는 모두 지극히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농구 1등팀의 세 지도자는 요즘 가끔 시간이 나면 당구장에 들린다. 당구 실력은 감독이 200, 두 코치는 80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약간의 돈을 걸고 내기당구를 즐기는데 감독이 봐주는 것도 아닌데 돈을 잃는다고 한다(이 정도 당구치수에서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 “분명히 내가 (돈을) 따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멋진 솜씨는 다 뽐내고 돈은 잃어. 내 밑에 있는 코치들이라 그런가?”
2009년 초 원주발 ‘이 남자들이 사는 법’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